13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104마을)’에서 이주를 앞둔 주민 안태민 씨(62)가 말했다. 안 씨는 “석면 가루가 날리고 연탄 때다가 화재가 날 뻔한 적도 있다”라며 “열악한 환경이 재개발되면 80대 어머니를 모시고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며 드라마 ‘서울의 달’ 등 수많은 작품의 배경이 됐던 노원구 백사마을의 철거가 시작됐다. 11일 석면철거를 시작으로 다음 달엔 건축물 철거에 들어간다. 철거를 마치고 나면 백사마을 주택 재개발사업으로 최고 층수 35층 이하 3100여 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올해 말 착공해 2028년 완공이 목표다.
● “재개발 20년 넘게 기다려”백사마을은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가 2008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재개발이 추진됐다. 추진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이듬해인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2016년 사업 시행자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성 저하 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표류 위기에 놓였다.
그러다 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자로 나서며 다시 정상화됐다. 2019년 정비계획변경인가, 2021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거쳐 지난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5년 만에 관리처분인가가 통과되면서 재개발이 시작됐다.그러는 사이 백사마을 주민 다수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현재는 이곳에 살던 약 1700가구 중 20여 가구만 남았다. 노원구 관계자는 “대부분 주민의 이주가 마무리돼 철거 작업이 본격화된 상황”이라며 “최근 구 건축해체 전문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펜스 설치 등 본격적인 철거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진숙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주거이전비 등이 충분히 지급돼 주민들 사이에 큰 불만은 없었다”며 “재개발이 추진되니 마을 전체가 변할 생각에 너무 좋다. 주민들도 ‘살아생전 새 아파트에 얼른 살고 싶다’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번화가, 학군지 가까운 새 주거단지로
새롭게 태어날 백사마을은 도보로 15분 내외 거리에 강북권역을 대표하는 은행사거리 학원가와 학군이 갖춘 교육환경이 조성돼있다. 왕십리까지 20분대에 진출할 수 있는 경전철 동북선도 건설 예정이라 교통 여건도 크게 개선된다.
노원구는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이 장기간 정체되며 지역 주민들의 피로도와 건축물 노후가 심각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이후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지역 최대의 현안인 노원구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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