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인 사건 2차 공판서… “강간 고의 있었나”에 “네 맞습니다”
檢이 밝혀낸 당시 상황 모두 인정… 피해자측 “양형 낮추려 전략적 시인”
부실수사-보완수사권 논란 커질듯
● “강간 고의 인정하나” 질문에 “네, 맞습니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정호)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윤기의 2차 공판을 이날 진행했다. 재판부가 “피해자를 살해할 당시 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명확히 해 달라”고 하자 장윤기의 국선 변호인은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변호인과 같은 의견이냐”고 묻자 장윤기도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장윤기가 강간 목적 살인을 법정에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2일 1차 공판에서 장윤기 측은 이 양 살해와 당시 현장에서 이 양을 도우려던 남고생에 대한 살인미수, 직장 동료인 베트남 여성에 대한 스토킹과 성폭행 혐의는 모두 인정하고, 부인해 왔던 계획 범행도 인정했지만, 살인 목적이 강간 등이었는지는 다음 공판에서 의견을 밝히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장윤기 측은 당시 입장을 유보한 이유가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사건 현장 인근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영상엔 장윤기가 자신의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뒷문을 열어놓은 장면이 담겼는데, 검찰은 이를 납치와 강간 목적의 정황으로 판단했다.경찰은 당초 이 영상으로 범행 장면, 차량 번호는 확인했지만 화질이 나빠 뒷문을 열어놓은 사실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화질, 음향 개선 작업을 거쳐 보다 구체적인 범행 상황을 밝혀낸 것이다. 장윤기와 변호인은 이 영상을 확인한 뒤 10일 성범죄 목적을 인정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 “엿새 전 반성문에도 언급 없어, 전략적 시인”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장윤기 원룸의 성인용 인형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와 사건 당일 경찰이 촬영한 장윤기 차량 감식 영상을 추가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 영상 속 차량 조수석에는 성범죄 목적을 인증할 핵심 증거인 케이블타이도 찍혀 있다. 검찰은 “이 케이블타이는 이 양에 대한 (결박 등) 범행 수단으로 준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장윤기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을 조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이날 증거은닉 등 혐의를 받는 전 수사팀장 박모 경감(58·구속)과 팀원, 광주경찰청 형사과 및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 등 7명을 조사했다. 광주지검도 수사 당시 광산서 형사과장이었던 박모 경정을 이날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경찰 지휘부가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의사 결정 과정에 누가 관여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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