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옹벽 붕괴 사고 잇달아…노후주택 주민들 “집 덮칠까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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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에 오래된 집이 무너지진 않을까 조마조마해요. 당장 이사 갈 형편도 못 되니 발만 동동 구를 뿐이죠.”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에 20여 년째 살고 있는 이모 씨(82)가 21일 말했다. 20, 21일 이틀간 쏟아진 장맛비로 옹벽 붕괴 등 안전사고가 이어지며 노후 주거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시설물의 구조적 취약성을 고려해 장마철 전면 점검과 안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서는 오전 3시경 공영주차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돌무더기가 아래 주택을 덮쳤다. 주택 벽체에 균열이 생겼고, 붕괴 위험으로 주민 7명이 마을대피소로 옮겨졌다. 해당 주택은 1980년대 지어진 노후 건물이었다.

4월 22일 오후 1시 10분께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 옹벽이 붕괴돼 차량 6대가 파손됐다. (독자제공) 2025.4.22 뉴스1

4월 22일 오후 1시 10분께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 옹벽이 붕괴돼 차량 6대가 파손됐다. (독자제공) 2025.4.22 뉴스1
4월 22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서도 3.5m 높이의 지상 주차장 옹벽이 붕괴돼 40가구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당시에도 폭우로 약해진 지반이 사고 원인이었다. 21일 찾은 현장에선 여전히 옹벽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민 김모 씨(24)는 “이번 장마 때 또 다른 곳이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올 3월에는 충남 서산시 부춘동에서 한 주택가 노후 담장이 비바람에 무너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 지난해 7월 서울 성북구에선 노후 옹벽이, 2023년 6월엔 대구에서 8m 높이의 주택 담장이 폭우로 무너져 인명 피해 우려를 키웠다.

폭우로 인한 포트홀이나 싱크홀 발생 가능성도 커지면서 노후 기반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20일 장대비가 쏟아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는 가로 10m, 세로 4m, 깊이 1.5m에 달하는 대형 포트홀이 발생했다. 주민 한장순 씨(75)는 “도로도 집도 다 오래돼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정부의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APT)’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에서 30년을 초과한 노후 공동주택은 260만6823가구로 전체의 약 22%에 달했다. 이는 3년 전보다 10%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다.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노후 주택은 배수관로 부식 등으로 전반적인 배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간 방치할 경우 집중호우 시 구조물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붕괴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내 노후 시설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장마철 집중 점검과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사유지 내 옹벽 등도 포함해 노후 시설물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조사를 바탕으로 (붕괴 등) 위험이 높은 시설의 관리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전 학장은 “지자체 차원에서 위험도에 따라 집중관리구역을 지정하고, 건물주나 주민들에게 안전 점검 이행을 안내하는 등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남양주=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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