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편안이 7일 발표되자 ‘임기 중 잠재성장률 3%’라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경제 부처는 조직을 분산해 힘을 뺀 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늘릴 수 있는 규제 부처들의 덩치는 커졌기 때문이다.
7일 발표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지 17년 만에 다시 원래 조직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경제부총리는 구윤철 기재부 장관이 겸한다. 당장 예산실 없는 경제부총리의 정책 조율 능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관가에선 경제부총리의 힘이 빠지면 관계 부처 간 충돌이 잦아지고, 의사결정에도 시간을 빼앗길 것이란 우려가 벌써 나온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나뉘어 있던 1998~2008년 당시엔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정책관계장관회의는 형식적인 회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재부 출신 전직 관료는 “사회부총리가 주관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의 개최 빈도와 다른 부처 장관 출석률이 저조하다”며 “경제부총리 주재 회의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을 중시하는 재경부 정책 라인과 재정건전성 관리가 본 업무인 예산처 간 충돌이 잦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재경부 세제실과 예산처가 엇박자를 내면 첨단산업 지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예산) 정책과 세제 지원을 효율적으로 접목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에너지 정책을 규제 부서인 환경부로 넘기고, 산업통상부로 쪼그라들면서 힘이 빠졌다. 특히 원전산업 정책은 환경부,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부가 맡으면서 두 부처가 향후 주요 원전 정책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당장 원전 운영과 수출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어느 부처가 맡을지가 논란거리다.
기재부 산하 통계청과 산업부의 특허청은 각각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데이터처와 지식재산처로 격상됐다. 국가 통계 관리와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틀린 방향은 아니지만 관가에선 경제 부처 힘 빼기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 부처와 대조적으로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대응전략부로 개편하는 방안은 제외됐다. 인구 문제는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정부 부처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효율성을 포기한 것”이라며 “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