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이 미국 관광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입국 거부와 체포·구금·추방 등 강경 조치로 미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서다. 고율 관세에 '미국 보이콧' 까지 확산하면서 국내총생산(GDP)에서 최대 100조원가량 증발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국경 단속 강화로 미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관광객뿐 아니라 고강도 상호 관세 정책 여파로 화물 운송 수요도 쪼그라들었다.
미국 반이민·관세 정책…자국 여행·관광 산업에 '직격탄'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지난 3월 항공편으로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전년 동월 대비 9.7%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 국적자의 미국 입국은 14.3% 급감했고 서유럽에서만 12%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유럽에서는 관세 갈등으로 인한 자발적 '미국 보이콧'에 더해 입국 과정에서 과도하게 몸을 수색당하거나 심지어 추방당했다는 경험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계획했던 미국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도 상당수로 전해진다.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미국 GDP에서 100조원가량 증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은 최신 보고서에서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라 올해 미국 GDP의 0.1~0.3%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GDP 전망치인 23조5300억달러(약 3경3000조원)를 기준으로 한 분석이라 230억~710억달러까지 손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지난달 2일 발표된 상호관세 정책 또한 미국 관광산업에 예상치 못한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여행 전문 연구센터인 야놀자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미국 상호관세 정책의 주요국 여행산업 영향 분석'에 따르면 전체 국가 가운데 대중국 고율 관세 시나리오에서 미국 항공운송업의 생산량은 최대 11.35%, 숙박·음식업은 최대 1.61% 하락하며 소비 위축과 비용 상승의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시나리오는 상호관세율 적용에 따른 생산량 변화 분석을 위해 10개로 분류했다. 국가 간 상호관세를 0%로 부과하는 상황부터 상호 최대치를 부과하는 경우까지 고려했다.
야놀자리서치는 "고율 관세로 인한 소비자 실질소득 감소, 국제 여행 수요 위축, 물류비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보호무역이 의도와 달리 자국 서비스 산업에 구조적 손실을 초래하는 '자충수'로 작용했고, 국내 수요 대체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호관세 정책에 국내 여행수요 전환 효과 예상
한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10개 시나리오에서 숙박·음식점업은 일관된 성장세, 항공운송업은 시나리오별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며 '내수 유입형 산업'과 '대외 의존 산업' 간 명확한 구조적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의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증가했다. 특히 미국의 대중 고관세가 강화되는 시나리오일수록 증가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특징을 보였다. 미국의 고관세 시나리오에서도 숙박·음식업이 최대 0.76%의 생산 증가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시기와 유사한 해외여행 일부 억제에 따른 국내 수요 전환 효과가 예상됐다.
그러나 항공운송업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관세 시나리오에서 최대 4.58% 감소하며 인-아웃바운드 관광객 감소와 국제 물류 둔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관세 상승이 해외 관광 수요를 억제해 인바운드 수요를 감소시키고, 내수 대체 효과도 항공수단보다는 도로 및 철도 중심의 국내 이동 수단에 한정되기 때문에 항공 수요에 대한 보완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은 자국 항공·숙박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지만, 한국은 국내 관광으로 충격을 완화하며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이번 관세 충격은 한국에 중요한 전략적 전환의 시점"이라며 "한국은 지금이야말로 인프라 혁신과 K컬처 기반의 공격적인 관광 마케팅을 통해 여행·관광 산업을 수출형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관광 수출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