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코인 투자자 표심 잡기 경쟁… 코인 투자자 1600만 명 돌파
“70% 이상이 20∼40대 초반”… 정치권 시각 3년 전과 달라져
이재명 후보, 관련 공약 첫 언급, “안전한 투자환경 조성할 것”… 거래 수수료 인하 유도도 약속
국힘, 가상자산 7대 공약 발표, “규제 완화해 투자 편의성 제고”… 토큰증권 법제화도 적극 추진
《1600만명 ‘코인 표심’ 겨냥 공약들6월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600만 명이 넘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놨고, 국민의힘은 ‘1거래소-1은행 원칙’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양당이 꺼내든 공약들이 대선 이후에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030세대가 기존 부동산과 주식, 예·적금 등 재테크 수단에 한계를 느끼고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들면서 해당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 가입한 총회원 수는 1629만 명(중복 합산)이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451만 명 △40대 397만 명 △20대 이하 292만 명 △50대 264만 명 △60대 이상 112만 명이다.
이처럼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2030 유권자들에게 가상자산 관련 공약은 민감한 주제다. 이 후보의 이번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공약은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관련 입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70% 이상이 20∼40대 초반으로 분석된다”며 “청년들이 자산 증식 수단으로 주식과 가상자산 등을 생각하는 만큼 대선 공약도 관련 분야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이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가상자산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현물 ETF 허용, 통합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담은 가상자산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 국민의힘 “디지털 가상자산 7대 공약”
국민의힘도 일찌감치 지난달 당 차원에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디지털 가상자산 7대 공약’에 따르면 중점 추진 과제는 △1거래소-1은행 원칙 폐기 △기업·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토큰증권(STO) 발행 법제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도입 △디지털자산 육성 기본법 제정 △획기적인 가상자산 과세 체계 도입 및 제도 마련 등이다. 시장이 오랫동안 요구했던 규제 완화책을 대거 담았다.
국민의힘 박수민 최보윤 의원은 “국민의힘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G2라는 목표 아래 대한민국 디지털자산 산업 생태계를 키워내기 위한 7대 추진 과제를 국민에게 약속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시작된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가 영국, 홍콩에서도 승인됐다”며 “한국에서도 연내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후보 직속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설치 계획도 밝히며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국민의힘이 폐기를 선언한 1거래소-1은행 원칙은 거래소 하나당 특정 은행 한 곳과만 실명계정 발급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법으로 규정되지는 않은 일종의 그림자 규제다. 하지만 투자자가 이용하는 거래소에 따라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이 1곳씩 정해져 있어 투자자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의원은 “1거래소·1은행 체제를 과감히 폐기해 내가 원하는 은행을 통해 다양한 거래소를 접할 수 있는 상식적 시대를 열고, 거래소 간 경쟁으로 활력에 물꼬를 트겠다”고 말했다.국민의힘은 또 기업이나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해 비영리법인 거래는 올해 2분기(4∼6월)부터 허용하고, 상장법인 2500개, 전문투자법인 1000개 등 총 3500개 법인과 기관은 연내에 제한 없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투자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토큰증권 법제화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가치가 다른 자산과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발행자 요건을 명확히 하고 준비자산, 담보 기준, 운영 규정, 사용자 보호를 위한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디지털자산 육성 기본법 제정, 투자자 다수가 소액투자자인 현실을 반영한 획기적인 과세 체계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 가상자산 공약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
이 같은 ‘공수표’ 우려에도 업계에서는 일단 양당의 가상자산 관련 공약들을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정부에서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등 큰 틀에서 보면 국내 가상자산 시스템이 차근차근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약으로 논의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선진국에서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온 만큼 우리나라도 맞춰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공약에 대해서는 논란도 적지 않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발표한 1거래소-1은행 원칙 폐기 공약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공약이지만 오히려 독과점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도합 97%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이날 기준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72.3%에 달하며, 빗썸은 약 25.1%를 차지했다. 나머지 약 3%의 시장을 두고 코인원이 1.8%를 점유 중이며 코빗(0.7%)과 고팍스(0.1%)는 1%에도 못 미치는 점유율에 머물렀다.
정치권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1거래소-1은행 원칙 폐기 공약을 내놓았지만 대다수 거래소는 “오히려 독과점 체제가 심화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1거래소-다자은행 도입이 점유율이 높은 거래소에 대한 쏠림 현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여러 곳의 거래소랑 제휴할 수 있다면 수익에 도움이 되는 대형 거래소랑 제휴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은행 제휴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독과점 완화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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