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가 보여준 '월클'의 향기..두 번의 예술같은 벙커샷에 팬들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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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챔피언십 이틀 합계 4오버파 146타
예상 컷오프보다 2타 더 쳐 컷통과 가물가물
"3퍼트 발목, 웨지샷 거리 컨트롤 실수 아쉬워"
버디 나올 때마다 팬들 크게 소리치며 환호
"두 번의 벙커샷 예술, 좋아해 주셔서 다행"

  • 등록 2025-04-25 오후 2:09:43

    수정 2025-04-25 오후 3:07:45

[파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임성재 선수가 경기하는 홀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임성재가 25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둘째 날 2라운드 16번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25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2라운드 경기가 열린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1) 1번홀 앞. 두 명의 여성 골프팬이 경기진행요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진행요원은 임성재 선수가 6번홀에서 경기하고 있다고 안내했고, 여성 팬들은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임성재는 이날 오전 8시 25분부터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1라운드에서 4오버파 75타를 쳤다. 100위권밖에 자리해 2라운드서 2~3언더파를 쳐야 본선 진출을 기대하는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컷 통과 기대가 커졌다. 서원밸리 골프장의 11번홀은 평소엔 파5 홀로 사용하지만, 이번 대회 기간에는 514야드의 긴 파4 홀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1라운드에선 버디가 1개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까다로웠다. 임성재는 티샷을 301야드 보냈고, 209야드 지점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6m에 붙인 다음 버디 퍼트를 넣었다. 11번홀에서 나온 1호 버디였다.

출발이 좋았지만, 13번홀(파3)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티샷이 짧아 그린 앞에 떨어졌다. 21야드 지점에서 어프로치 해서 공을 홀 1.5m 앞에 붙였다. 하지만, 파 퍼트가 홀을 빗나갔고 90cm 거리의 보기 퍼트도 들어가지 않아 더블보기로 2타를 잃었다. 이어진 14번홀(파4)에서도 75야드 지점에서 친 웨지샷이 짧아 온 그린에 실패했다. 3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으나 파 퍼트를 놓쳐 1타를 더 잃었다.

점수가 순식간에 6오버파로 치솟아 컷오프 기준에서 더 멀어졌다. 하지만, 팬들은 임성재의 경기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16번홀(파5)에선 벙커에 빠진 공을 쳐서 홀 1m에 붙여 버디를 만들어 내자 코스가 떠나갈 듯 함성이 터졌다. 1번홀(파4) 보기에 이어 3번홀(파5)에서도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들어갔지만, 벙커샷이 홀에 들어갈 뻔하자 큰 함성이 터졌다.사흘 전 귀국해서 대회에 나오는 강행군으로 비록 우승 경쟁에선 멀어졌다. 그러나 두 번의 벙커샷은 월드클래스의 경기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7번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여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1타를 더 줄이면 컷 통과의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약 2m에 붙였다. 모두가 퍼트 성공을 기대했다. 아쉽게 퍼트가 빗나갔고 팬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더는 타수를 줄이지 못한 임성재는 예상 컷오프보다 2타가 더 많은 4오버파 146타를 적어내고 먼저 경기를 끝냈다.

경기 뒤 임성재는 “어제보다는 샷감이 훨씬 좋았지만, 잘 친 샷도 거리가 안 맞으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또 3퍼트 등의 잔실수가 나오면서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팬들에 미안한 마음을 엿보였다. 그는 “주말 경기에 오시려고 한 팬들도 있었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다. 못 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고 말았다”며 “그래도 2개의 파5 홀에서 나온 두 번의 벙커샷이 예술이었고, 팬들도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었다”고 위안을 삼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서 팬들은 임성재를 기다렸다. 클럽하우스 앞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긴 줄이 생겼다. 임성재는 환하게 웃으며 팬들과 만났다. 경기 내용에 실망하기보다 팬들의 마음을 더 생각하는 월드클래스의 품격이었다.

임성재가 15번홀에서 티샷을 하는 순간 팬들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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