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랐던 K리그1 무대. FC안양은 초반 시련을 극복하고 ‘힘’을 키웠다.
K리그1 개막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각 팀은 1로빈을 마치고 있는 시점. 모두 한 번씩 서로를 상대했다. 안양은 아직 대전하나시티즌과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현재 11경기 5승 6패(승점 15)로 6위에 놓여있다.
안양은 지난 시즌 유병훈 감독 체제에서 K리그2 우승을 차지했다. 기대를 받지 않았던 팀이었다. 이우형 전 감독이 디렉터직으로 보직을 옮기고, 수석코치였던 유병훈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신임 감독을 향한 시선은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었다. 하지만, 유병훈 감독 체제의 안양은 지난 시즌 탄탄함을 보여주며 K리그2 우승과 함께 2013년 창단 후 첫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그토록 바랐던 1부 무대에 진입했다. 안양은 기존 선수단을 모두 지켰다. 유병훈 감독은 함께 승격을 위해 달려온 선수들과 1부 도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가장 고민이 컸던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는 K리그2 득점왕 모따를 영입했고, 팀의 경험을 더욱 더하기 위해 김보경까지 품었다.
이번 시즌 역시 안양을 향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1부 무대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평가가 컸다. 기존 팀들의 강세와 공격적인 이적시장을 보낸 다수의 팀의 선전이 예상됐기 때문. 안양은 하위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안양은 예상을 뒤엎고 1부 무대에서 순항 중이다. 개막전 ‘디펜딩 챔피언’이자 K리그 3연패 왕조를 세운 울산HD를 꺾으며 이변을 만들었다. 기쁨은 잠시였다. 안양은 FC서울~광주FC~김천상무로 이어지는 일정에서 내리 패했다. 지난 시즌 중반 겪었던 3연패를 이번 시즌 초반부터 기록하며 흔들리는 듯했다.
절치부심한 안양은 3연패를 기점으로 선수단이 다시 하나로 뭉쳤고, 5라운드 대구FC전에서 4경기 만에 승리하며 다시 반등 분위기를 잡아갔다. 이후 진정한 ‘남자의 팀’으로 거듭났다. 대구전을 시작으로 지난 26일 열린 제주SK전까지 ‘승-패-승-패-승-패-승’을 기록했다.
안양은 상대가 누구든 물러서지 않았다. 동계 훈련부터 준비했던 유병훈 감독표 3백이 빛을 발휘했다. 유병훈 감독은 기존 4백과 더불어 1부 무대를 대비하기 위한 3백 전술을 혼용하며, 수비를 강화하면서도 공격 활로를 찾아가는 방안을 찾아냈다. 안양은 지난달 30일 전북현대전에서 3백 첫선을 보였고, 4월 치른 5경기에서 기존 4백과 3백을 혼용하기 시작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3연패를 극복하고, 승점을 쌓기 시작하며 선수단 또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캡틴’ 이창용은 “전북전 이후 팀 경기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가 지더라도 어떤 경기를 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우리가 할 수 있다는 힘을 얻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당연히 중요하다.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빠르게 넘기고,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단이 1부 무대에 40% 정도 적응했다고 본다. 우리가 무승부가 없어서 ‘남자의 팀’이라고 해주신다. 노린 것은 아니지만,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워가고 있고, 여전히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재밌게 즐기자고 자주 이야기한다. 우리 선수들이 잘하고 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병훈 감독 또한 빠르게 1부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70~80% 적응한 것 같다. 선수단이 나보다 더 빨리 적응해 줬더라. 다만, 우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각자 모두 부족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다짐했다.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안양이지만, 여전히 더 큰 힘을 키워야 한다. 3라운드 광주전, 4라운드 김천전, 7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지키지 못해 역전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 향후 빡빡한 일정과 무더운 날씨가 찾아올 것을 고려한다면 지키는 모습까지 보여줘야 한다. 유병훈 감독 또한 이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제주전 2-1 승리 후 “선제골 후 동점골을 내주면 지는 경우가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는 선수단이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늘 경기가 큰 참고가 될 것 같다. 2로빈부터는 승점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다. 이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5월 일정은 K리그 모든 팀에게 고비다. 적게는 7경기에서 많게는 8경기까지 치른다. 코리아컵 16강에 진출한 안양은 8경기를 치른다. 대체로 3일 간격의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일부 부상자가 있는 안양에게는 고민까지 따르고 있는 상황. 1부 무대 적응기를 거친 안양과 유병훈 감독이 슬기롭게 이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