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43〉AI 시대, 대학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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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인공지능(AI) 인재양성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최근 대학 강의실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학생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창 대신 AI를 먼저 찾는다. 보고서 작성, 자료 조사, 번역, 요약, 코딩까지 AI가 돕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대학의 평가는 여전히 수십년 전 방식에 머물러 있다. 정해진 날짜,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학생들을 한 공간에 모아 놓고 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식이다. 암기한 내용을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이, 잘 써내느냐가 성적을 좌우한다. AI 시대에 과연 이러한 평가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진지하게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 역시 대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수많은 시험을 경험했고 교수가 되어서는 출제와 채점을 수행했다. 시험이 끝나면 며칠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을 위해 단기간 암기했던 지식은 실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사회에 나와 직면하는 문제들은 교과서 한 권의 범위를 넘어선다. 자료를 찾고, 전문가와 협업하고,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AI는 이러한 과정의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대학과 교수는 AI 활용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계산기가 등장했다고 수학 교육이 사라지지 않았듯이 AI가 등장했다고 학습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느냐다.

대학 평가는 이제 지식 암기 능력보다 문제 정의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협업 능력, 윤리적 판단 능력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학생이 AI를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더라도 그 과정과 논리를 설명하게 하고, 결과물을 검증하게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평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15년간 강의하면서 문제를 미리 주고, 창의적인 답을 시간 장소에 구애됨 없이 작성하게 하여, 강의자료 카페에서 공유하고 피드백까지 남겼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의 답안을 함께 보면서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는 최고의 평가라 했다. 아무리 평이 좋아도 교수 개개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넘지는 못했다. 이럴 때는 교육부의 강행 방식도입, 즉 대학 평가지표에 반영하는 식이 살짝 희망사항이 되기도 한다.

(상대평가 중심의 경쟁 구조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기보다 경쟁하도록 만든다. 실제 사회에서는 협업이 성과를 만든다.)

AI는 채점 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 단순 객관식 문제나 기초 서술형 평가는 이미 AI가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수자는 반복적인 채점 업무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사고 과정과 성장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기술은 평가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물론 부정행위와 신뢰성 문제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과거의 평가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AI 활용 사실을 공개하고, 과정 중심 평가와 발표, 토론, 프로젝트 수행을 확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산업혁명 시대에 만들어진 교육제도가 디지털 시대를 거쳐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대학은 더 이상 특정 시간과 특정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암기했는지를 측정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평가방식이 학습을 견인하고, 대학이 초중고 등을 이끌어간다. 학생이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AI 시대에 달라져야 할 것은 학생이 아니라 대학의 평가 방식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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