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1.7조', 빗썸 업은 국민銀…코인 자금 빨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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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KB국민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제휴를 맺은 직후 1조 7000억원이 넘는 이용자 예치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업비트)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하반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하면 전통 은행인 KB국민은행와 빗썸 제휴가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일 이데일리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KB국민은행의 3월 말 기준 가상자산 이용자 예치금은 총 1조 7572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지난 3월 24일부터 빗썸에서 원화 입출금을 할 수 있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일주일 남짓 만에 모인 돈이다. 빗썸과 제휴한 ‘초기 효과’는 본 셈이다. 가상 자산 거래소 예치금이란, 증권사의 주식 예탁금처럼 가상자산을 사기 위해 계좌에 잠시 넣어둔 현금을 말한다.

다만 규모 자체가 절대적으로 크다고 보긴 어렵다. 빗썸과 제휴를 맺고 있던 NH농협은행의 가상자산 예치금은 지난 1월 말 2조 5184억원, 2월 말 1조 9681억원으로 KB국민은행보다 많았다. 이는 올해 1월에만 비트코인이 40% 급등하는 등 급등세를 보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앞서 빗썸은 기존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 대신 KB국민은행으로 바꿨다.

3월 말 기준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예치금이 가장 많은 곳은 업계 1위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로 약 5조 3610억원이다. KB국민은행은 케이뱅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나, 케이뱅크의 3분의 1 수준이다. 카카오뱅크(1814억원)·신한은행(863억원)·전북은행(120억원)이 뒤를 이었다. 현재 카뱅은 코인원, 신한은행은 코빗, 전북은행은 고팍스와 제휴 중이다. 케이뱅크는 전체 원화 예치금에서 가상자산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2월 말 28.2%(8조 510억원)에서 올해 1월 26.7%(7조 7562억원), 2월 22.8%(6조 2977억원), 3월 19.3%(5조 3610억원)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이런 감소세는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돌파한 후 횡보하는 등 가상자산 시세와 연관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의 가상자산 예치금 비중은 3월 말 기준 전체의 0.5% 정도다. 카카오뱅크는 0.3%였으며 신한은행과 전북은행은 각각 0.03%, 0.06%다.

KB국민은행의 진입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삼성전자·현대차처럼 자본시장법상 전문 투자자로 분류된 상장사와 전문 투자자로 등록한 법인의 코인 투자도 허용되면서 법인 자금이 본격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보수적인 기관 투자자가 기업 영업을 오래 해온 KB국민은행을 선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법인 계정 예치금은 1억 3900만원으로 KB국민은행(16억 6100만원)이 더 많다. 가장 많은 건 카카오뱅크(62억원)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은 거래량을 쥔 거래소가 쥐고 있지만 법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제휴 은행의 역할과 책임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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