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골프 성장 분석①] 고바야시 JLPGA 회장 "투어 강화책으로 경쟁력 향상”[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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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사이고 마오(일본)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을 제패하면서 다시 한번 일본 여자 골프가 주목받고 있다. 다케다 리오가 지난 3월 블루베이 LPGA 투어를 제패한 데 이어 사이고가 ‘메이저 퀸’으로 등극하면서 올해만 2승을 합작했다.

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사진=JLPGA 제공)

일본 여자 골프는 최근 세계 여자 골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후루에 아야카가 지난해 LPGA 투어에서 일본 선수 최초로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을 휩쓴 데 이어 사이고는 신인상을 차지했다. 일본 선수가 LPGA 투어 신인상을 휩쓴 건 1990년 고바야시 히로미(현 JLPGA 회장)에 이어 34년 만이었다. 또 지난해 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서도 일본 선수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야마시타 미유가 수석을 차지했고 이와이 치사토가 차석, 쌍둥이 자매인 이와이 아키에가 5위에 오르는 등 상위권을 점령했다.

일본은 10년 전만 해도 세계 무대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가파른 상승세로 여자 골프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일본 여자 골프의 성장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은 이데일리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 여자 골프가 성장하게 된 원동력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했다. 그는 “2023년부터 다양한 ‘투어 강화책’을 10년 이상 실행하고 있으며, 선수들의 높아진 목표 의식과 JLPGA의 ‘투어 강화책’이 맞물린 결과가 최근 해외 무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고바야시 회장과 일문일답이다.

-바쁜 와중에 이메일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하다. 최근 일본 여자 골프 선수들의 LPGA 투어 활약이 대단하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 선수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LPGA 투어에서까지 눈부신 활약을 해 매우 기쁘다. 우선 가장 큰 요인은 선수들이 세계로 눈을 돌려 목표를 더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우리 JLPGA는 ‘세계를 이긴다’를 모토로 2013년부터 다양한 ‘투어 강화책’을 10년 이상 실행하고 있다. JLPGA 투어는 LPGA 투어와 같은 경기 환경에 가깝게, JLPGA 스텝업 투어(2부)에서는 JLPGA 투어(1부)와 같은 경기 환경에 가깝게, 각각 투어 환경을 향상하고 있다. 이러한 ‘투어 강화책’은 대회 스폰서들의 이해와 지원으로 실현되고 있다. 따라서 선수들의 높아진 목표 의식과 JLPGA의 ‘투어 강화책’이 맞물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점점 늘어났고, 국내와 해외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 ‘체질 개선’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JLPGA 투어에 도입한 ‘투어 강화책’이 무엇인가.

JLPGA 투어에서 실시하는 ‘투어 강화책’은 국내 투어는 물론 해외 투어나 해외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선수를 포함한 투어 전체 환경 개혁을 뜻한다. 가장 먼저 3일 대회를 줄이고 4일 대회를 늘려 세계 무대 수준으로 투어 운영을 바꿨다. 올해 전체 36개 중 18개 대회가 4일 대회로 치르고 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체력 강화에 힘쓰고 샷 능력의 향상과 티오프에 맞춘 스케줄 정리 방법, 해외 메이저와 같은 나흘 일정 등을 일상적으로 익힐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대회 개최 장소의 연습장 환경 정비를 통해 선수들이 더욱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각 대회에 코스 세팅 담당자를 파견해 우승 스코어가 이븐파에서 20언더파 이상까지 나올 수 있도록 경쟁 단계를 다양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2016년 이전 7개 항목이던 기록 분석을 30개 항목으로 확대해 선수가 장단점을 숫자로 확인하고 보완점을 인식하도록 했고, 시즌 중 2회 진행하는 시드재조정(리랭킹)을 통해 더욱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여기에 상금순위 대신 대회 성적에 따른 포인트 제도를 통해 시드를 부여하면서 공정성을 높이고 해외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2부 투어 역시 이틀 대회를 사흘 대회로 늘려 선수들이 정규 투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세계랭킹 포인트 대상 투어가 되면서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위치도 알 수 있게 됐다.

-최근 일본 선수들의 LPGA 투어 진출 ’붐‘이 일어났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계기가 있나.

△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선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인터넷 사회가 되어, 전 세계 선수의 스윙이나 플레이 등 투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할 수 있다. 그와 맞물려 아마추어 시절부터 선수 각자의 목표가 굉장히 높아졌고, 프로가 되고 나서는 자국 투어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강한 투어에서 우승하고 싶은 선수가 늘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선수가 해외에서 활약하는 것이 JLPGA 투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원래 프로 스포츠는 강해야 팬들도 스폰서들도 더 큰 지원을 보낸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강해야 하고, 또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 또 팬들도 자국 선수가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활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게다가 큰 차이점은 인터넷 사회가 되면서 세계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활약의 장도 더 세계적인 규모가 된 것이다. 해외 무대에서의 활약은 곧 국내 투어가 강하다는 것의 반영이다. 선수 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져 국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팬들의 응원도 증가해 여자 골프를 후원하는 기업에도 만족도가 향상되고 새로운 스폰서 유치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JLPGA 투어 대상 랭킹 상위 5명 중 4명이 올해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스타 선수 유출로 인해 투어가 축소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가.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투어 강화책’을 JLPGA 투어와 스텝업 투어 양쪽에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 있는 신인들이 계속 탄생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작년의 다케다 리오처럼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많은 선수에게 큰 기회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덕분에 스폰서나 골프 팬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JLPGA 투어도 코스 세팅에선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나.

△선수의 경쟁 방법이나 코스에서의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승 스코어를 4언더파 이하로 설정하는 세팅, 20언더파 이상으로 설정하는 세팅 등 폭넓은 세팅을 1년 내내 하고 있다. 코스 세팅을 하는 담당은 JLPGA 투어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프로에게 의뢰해 현재 7명이다. 이전 투어에서 활약한 프로의 지견(知見)과 경험을 살리는 것이다. 목표로 하는 우승 스코어에 따라서 계절이나 코스 특징, 잔디의 육성 상태나 잔디 특징, 날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코스 전장과 핀 위치 등을 결정한다.

-일본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훈련 방식에도 변화가 있나.

△선수 개개인이 각각 연구하고 있다. 대회 기간 중에도 운동, 몸 관리에 힘쓴다. 트랙맨 등을 이용해 숫자로 자신의 골프를 파악하는 선수가 늘어났다.

-JLPGA 투어는 해외 투어 도전을 독려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가 일본 투어에서 뛰는 것도 개방하고 있다. 외국 선수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이 JLPGA 투어의 질적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그리고 자국 선수의 성장을 돕는다고 생각하는가.

△ 맞다. 프로 골퍼는 전 세계 어느 투어라도 퀄리파잉 토너먼트만 통과하면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자국 선수를 비롯해 해외 선수들도 뛰고 싶어 하는 매력 있는 투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강한 해외 선수와 함께 플레이함으로써 골프뿐만 아니라 다양성 등 심신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LPGA 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의 활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나.

△ 1977년의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히구치 히사코에서 시작해 1987년의 오카모토 아야코, 미야자토 아이, 하타오카 나사 등 시대마다 일본 선수가 LPGA 투어에서 활약한 역사가 길다. 이 같은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확신한다.

-최근 JLPGA 회장 연임이 승인됐다. 연임 기간인 2027년까지 협회와 투어 발전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 우리 JLPGA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처럼 되는 것이 목표다. 먼 목표지만, 미국의 스포츠 비즈니스를 모델로 2013년 이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우리 협회의 오랜 꿈이었던 ‘JLPGA 투어의 모든 공인 경기 중계권을 협회에 귀속함’으로써 그동안 취약했던 재무 기반이 탄탄해졌다. 덕분에 선수나 투어 전체 등에 투자와 환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21년부터 협회가 제작한 JLPGA 투어 인터넷 전송도 가능해졌다. 영상을 활용해 선수들의 활약을 대회 기간에 수시로 JLPGA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SNS의 총 팔로워 수는 70만이 넘는다. 여자 프로 스포츠 단체로는 국내 1위이며 남자 단체를 포함해도 4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순위다. JLPGA 전체의 브랜드 가치가 향상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현재 JLPGA는 미국 투어와 같이 ‘협회에 의한 JLPGA 투어 전체 통괄’의 실현을 2027년도까지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것이 실현되면 JLPGA의 프로 스포츠 비즈니스 기반이 모두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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