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오늘 경기는 다 잊고 좋은 순간만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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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란이 18번홀에서 칩인 이글에 성공하자 주먹을 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만들어 낸 유해란은 우승 못지않은 의미를 부여했다.
유해란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우들랜즈의 더 클럽 앳 칼턴우즈(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 최종일 4라운드를 아쉬움으로 마무리했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유해란은 17번홀까지 6타를 까먹어 톱10 밖으로 밀렸다. 경기는 답답할 정도로 안 풀렸다. 3라운드까지 버디 15개를 뽑아내며 절정의 경기력을 발휘했지만, 이날은 샷도 퍼트도 애를 먹였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더라면 실망감이 컸을 수 있다. 기대했던 우승은 물론 톱10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18번홀에서 유해란에 웃음을 선사하는 기분 좋은 이글이 나왔다. 2온을 시도한 공이 그린을 넘어 갤러리 스탠드에 떨어졌다. 그린 근처 드롭존에서 세 번째 친 공이 그린에 떨어져 홀을 향해 구르더니 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이 굴러가는 내내 시선을 떼지 않은 유해란은 홀에 들어가는 순간 주먹을 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마지막 18번홀에서 이글을 잡아낸 유해란은 합계 5언더파 283타를 쳐 고진영, 사라 슈미첼(미국)과 함께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 내내 답답함을 씻어내는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경기 뒤 유해란은 “오늘 하루가 길었는데, 이렇게 끝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평소에는 이런 리액션이 잘 없는데, 이번에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20년 프로로 데뷔한 유해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둔 뒤 2023년 LPGA 투어로 진출했다. 루키 시즌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신고했고, 지난해 FM 챔피언십에서 2승을 거두는 등 빠르게 적응했다. 메이저 우승의 간절함이 컸던 만큼 마지막 날 결과에 남은 시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우승 대신 찾아온 이글이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오늘은 코스 세팅이 너무 어려웠고, 제 샷도 좋지 않았으며 퍼트도 잘 안 됐다. 그래도 마지막 홀에서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었다”며 “올해는 저의 골프에서 도전적인 해가 되고 있다. 이번이 시즌 첫 톱10인 만큼 저한테는 의미 있는 결과다. 이제 시즌을 시작한 것 같고, 앞으로 많은 대회가 있으니 이번 주의 좋은 순간만 생각하겠다”고 털어냈다.
유해란은 지난겨울 동계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몸이 아파서 약 2주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그 때문에 시즌 준비가 늦었고 이번 시즌 7번째 대회에서 첫 톱10을 만들었다.
경기를 끝낸 뒤 당일 밤에 비행기를 타고 다음 대회가 열리는 유타주로 이동하는 유해란은 “이번 주 전체적으로 잘 쳤다. 마지막 날이 조금 아쉬웠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6위를 했고 마지막 홀에서 이글도 했다”며 “다음 주 대회가 정말 기대되고 설렌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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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란이 18번홀 그린 밖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