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한국 자본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 꾸준히 유입됐다. 대형 건설사와 금융기관, 중견 시행사, 개인 투자자까지 '세계 최대 시장'을 노리고 미국에 진출했지만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이 반복됐다.
미국에서 건축가이자 개발자로 활동해 온 션 모(한국명 모상덕) 앤드모어파트너스 공동대표는 신간 '미국 부동산 개발, 왜 한국식으로는 실패하는가'에서 그 원인을 정보 부족이나 개인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개발 사고방식 자체의 구조적 충돌에서 찾는다.
모 대표는 한국에서 통했던 관계 중심의 의사결정과 단기 자본 회수 구조, 시공 중심의 사고를 미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반복된 실패의 공통된 전제라고 본다. 미국 부동산 개발은 자본 구조와 인허가 시스템, 커뮤니티의 역할, 세제와 금융, 개발자의 역할 자체가 한국과 다른 논리 위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책은 모두 6개 파트로 구성된다. 한국식 방식이 미국에서 실패하는 이유를 짚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해 금융·세제·법·Zoning(용도지역) 등 미국 개발을 움직이는 제도와 생태계, 공청회와 시청 구조를 거치는 Entitlement(개발 인허가)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이어 LA와 오렌지카운티, 텍사스, 중서부, 라스베이거스 등 도시별 개발 전략의 차이, 부지 매입부터 설계·시공·Exit(자금 회수)까지 전 과정을 다루는 실전 프로세스, 한국 개발자가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원칙을 담았다.
인허가 구조에 대한 오해, 파트너 선정 실패, GC(제너럴컨트랙터·시공 총괄)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 단기 수익 집착 등 한국 기업들이 실제로 겪은 실패 메커니즘을 사례 중심으로 분석한 점이 특징이다.
모 대표는 미국 SCI-Arc에서 건축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제르데파트너십 등에서 호텔·고층 주거·쇼핑몰 설계 실무를 쌓았다. 2015년 LA에 앤드모어파트너스를 공동 설립해 설계와 개발을 함께 수행하는 'Architect as Developer(개발자형 건축가)' 모델을 실험해 왔다. 이 스튜디오는 2023년 미국의 건축·개발 디자인상인 골드너겟어워드 2개 부문을 수상했고, 같은 해 LA비즈니스저널 커버스토리에 소개됐다. 2024년에는 USC 건축대학과 국토교통부 산하 해외건설협회 초청 강연에 나섰다.
모 대표는 미국 시장을 두고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분산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권한이 나뉘어 있고 책임이 명확하며 모든 결정에 기록과 논리가 남는 구조여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가장 위험한 시장이 되지만 이해하는 순간 가장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나는 지금, 한국식 답을 미국식 질문에 대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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