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한 조용한 찻집.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던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보급 상자가 떨어지고 일상이 전장으로 돌변한다. 인도 전통 연극배우가 연막탄을 던지자 거리의 이발소에선 게임 속 헤어스타일이 구현된 시민이 등장한다. 크래프톤이 자체 제작한 광고 캠페인 ‘리브 더 배틀그라운드’(사진)의 이야기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속 전투 장면이 현실로 소환된 듯한 광고 효과로 인도 전역에서 일간활성이용자(DAU)를 10%가량 늘리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지 문화를 정교히 녹여낸 크래프톤의 광고 캠페인은 인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자사 광고 캠페인들로 인도 대표 광고 시상식 ‘큐리어스 크리에이티브 어워즈’에서 본상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또 다른 인도 대표 광고 시상식인 ‘애비 어워즈’에선 다수 부문에서 상을 받아 올해 두 행사에서만 총 64개 상을 휩쓸었다.
크래프톤은 게임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지 밀착형’ 콘텐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을 출시하는 수준을 넘어 인도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는 게임 내 힌디어 음성, 인도 전통 의상 및 건축 양식을 반영한 스킨, 맵 등을 기반으로 이용자에게 익숙함과 몰입감을 동시에 제공해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는 게이머 약 4억4000만 명을 보유한 세계 2위 규모 게임 시장으로, BGMI는 이 시장에서 누적 다운로드 3억 건을 기록하며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다. 크래프톤의 성장세는 모바일 게임 시장 내 지배력 강화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브랜딩 전반으로의 영향력 확장과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