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강남구민회관에서 연 이주비 설명회는 북새통을 이뤘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까지 몰렸다. 정부의 이주비 규제가 정비사업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핵심 변수로 떠올라서다. 금융 규제에 따른 아파트 공급 차질로 전세난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이주를 계획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3곳 중 91%인 39곳(3만1000가구)이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3곳은 규제 시행 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1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미리 이주비를 확보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은 기존 주택을 철거하기 전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주는 것이 이주비 대출이다. 작년 ‘6·27 대책’과 ‘10·15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에서 기본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줄었다. 1주택자는 담보인정비율(LTV) 40%를, 다주택자는 LTV 0%를 적용받는다. 중소형 아파트 두 채를 받는 ‘1+1 분양’을 신청한 조합원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기본 이주비 대출이 전면 차단됐다.
자금 조달 창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시공사 보증을 받아 ‘추가 이주비’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금융 비용이 부담이다. 강남권 등 대규모 현장은 기본 이주비보다 약 1~2%포인트, 중소 사업장은 3~4%포인트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택 공급의 약 80%가 민간 재건축·재개발에서 나온다”며 “이주비 대출만큼은 LTV 70% 적용 등 별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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