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금융감독 대개편…금융위·금감원 17년 체제 ‘흔들’

1 week ago 5

“정책과 감독 분리” 금융정책 이관…감독은 금감원 중심 재편 구상
금융소비자보호원·편면적 구속력·보수환수제…감독 권한 대폭 강화
최고 금리 인하 유보·중금리 인뱅 설립…2금융권 지형 변화 불가피

  • 등록 2025-06-04 오후 1:47:58

    수정 2025-06-04 오후 1:47:58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7년간 유지돼 온 금융감독체계가 대대적인 개편을 맞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 정비와 함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역할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사진=국회 사진기자단)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해왔다. 기존 금감원은 금융감독위를 보좌하는 집행기구로 전환하고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별도 기관인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의 실질적 감독권 강화를 수차례 강조했고, 검사권 부여와 감독범위 확대를 통해 사실상 준 감독기구로 기능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도 신설해 금융당국의 행정에 대한 외부 견제기능을 확보할 계획이다.

소액 금융분쟁 조정과 관련해서는 소비자가 수용하면 금융사가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소비자와 금융사 양측이 동의해야만 조정안이 효력을 갖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사만 일방적으로 따르게 하는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특히 카드사·캐피털사 등 여신금융업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책임도 대폭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사고 발생 시 관련 임원의 책임을 문서화한 구조를 통해 명확히 묻는 ‘책무구조도’ 제도 도입과 경영진 보수에 대한 클로백(clawback·보수환수) 제도 법제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감독규정에는 이연한 성과보수를 손실 규모에 따라 재산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지만 실제 환수 사례는 없는 실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내부규범으로 명문화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기관의 금융사고, 불완전판매, 보안사고 등 다양한 사고 발생 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주주에 대해서는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감독 체계 개편과 맞물려 금융당국의 위상과 권한을 대폭 확대함을 의미한다.

반면, 이 대통령이 과거 강조했던 법정 최고금리 인하 공약은 이번 공약집에서 제외되면서 제2금융권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저축은행과 카드업계는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저신용자 대출이 줄어들고,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해 왔다. 최고금리 인하 대신 이 대통령은 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주요 대책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중금리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은행 설립 방안과 기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의무 대출 비중 확대가 추진된다. 현재 인터넷은행은 평균잔액 기준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 유지해야 하며 올해부터는 신규 취급액 기준도 도입했다. 이 기준이 앞으로 35% 또는 40%로 상향하면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에 부담이 커지고 시중은행과 2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정책과 감독의 이원화 해소, 소비자 보호기구의 독립, 경영책임 강화, 대출구조 재편이라는 복합적인 금융개혁이 빠르게 전개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권은 조직 재정비와 감독 환경 변화에 대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교체와 함께 금융정책 패러다임이 대전환을 맞고 있다”며 “금융감독체계는 물론, 소비자 대응과 리스크 관리까지 전방위 재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