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 폭격에 나서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고 주가는 떨어졌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69.83포인트(1.79%) 급락한 4만2197.7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8.29포인트(1.13%) 내린 5976.9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55.66포인트(1.30%) 하락한 1만9406.83에 장을 마쳤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확전 흐름으로 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됐다.
이에 이날 증시는 하락 출발했다.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거점을 공습하면서 이란의 고위 지휘관 수십명과 주요 핵 과학자들이 피살되자 이란의 보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개장 이후 지수는 낙폭을 약보합권까지 좁혔다. 이란이 보복을 천명했지만, 군사적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에 확전 우려가 완만해지면서다.
하지만 오후 들어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 폭격을 가하자 지수는 다시 낙폭을 확대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다양한 탄도미사일 수백기가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됐다"고 전했고 이스라엘군도 이란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수십기를 감지해 자국 전역에 공습경보를 울렸다고 밝혔다.
이날 폭격에서 상당수 미사일은 요격됐다고 이스라엘군은 알렸다. 다만 요격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이란은 민간 지대를 겨냥함으로써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중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이란에 대한 재보복을 시사한 것.
시버트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이번 갈등은 시장이 이미 상당 부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고 이 같은 우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원유 가격 급등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수치는 거의 즉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7% 넘게 급등했다. 장중 상승폭이 14%를 웃돌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1.72%)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종은 모두 하락했다. 금융은 2% 이상 떨어졌다.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 거대 기술기업 중 테슬라만 1.94% 오르고 나머지는 모두 하락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의 낙폭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61% 급락했고 이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도 모두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TSMC는 2%대 하락률을 보였고 퀄컴과 Arm, AMD도 2% 안팎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와중에도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관련주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미국 군사업체인 록히드마틴은 3.66% 올랐고 RTX와 노스롭그루만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에너지주도 강세였다. 셰브런은 0.6%, 엑손모빌을 2.18% 뛰었다.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오라클은 이날도 7.69% 급등하며 주간 상승률이 14.41%에 달했다. 2001년 이후 최고의 한 주다.
한편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를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들어 반등하며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60.5로 집계됐다. 이는 5월 확정치 52.2에서 8.3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시장 예상치인 53.5 또한 크게 웃돌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미 중앙은행(Fed)이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77.9%로 반영됐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여파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2.80포인트(15.54%) 오른 20.82를 가리켰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