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전면 재개된 공매도 거래의 잔고가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지난 5일을 고점으로 주춤한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허니문 랠리’가 이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공매도 잔고금액은 유가증권시장이 7조650억원, 코스닥시장이 3조2209억원으로 모두 10조2850억원이다. 공매도거래 재개 직전인 3월28일(합산 5조2855억원) 대비 두배 가깝게 불어났다.
다만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 5일에 7조1575억원로 고점을 찍고 2거래일 연속 줄어들었다.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2920.31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지난 2일(2698.97)과 비교하면 6거래일만에 8.2% 상승했다.
13일엔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 고조가 차익실현의 계기가 되면서 0.87% 하락한 2894.62에 마감됐다. 그래도 대선 직전과 비교하면 7.25% 상승한 수준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공매도 거래를 한 투자자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르는 대로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매도 거래는 주식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팔아 현금을 확보한 뒤 나중에 주식을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대 손실폭이 무제한인 셈이다. 주식을 매수했을 때는, 상장폐지되더라도 매수 대금만 포기하면 된다.
때문에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면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주식을 되사서 갚으려는, ‘쇼트커버링’을 위한 매수세가 유입된다. 이로 인해 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기도 한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이후 공매도 잔고가 늘었는데, 공매도 잔고가 상위이며, 최근 주가가 상승 추세인 종목에서 쇼트커버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경닷컴은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10일 장마감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비율이 3월28일 이후 0.5%포인트 이상 확대됐고 △공매도 잔고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며 △주가가 최근 1주일동안 10% 이상, 1개월동안 20% 이상 올라 상승 추세를 보이는 18개 종목을 추렸다.
추려진 종목 중 시총 대비 공매도 잔고가 가장 크게 늘어난 종목은 원자력발전(원전) 관련 종목인 우리기술이다. 공매도 거래 재개 직전엔 10억원 남짓이던 잔고가 두달여만에 121억1400만원으로 불었다. 공매도 잔고가 불어나는 와중에 주가는 최근 한달동안 44.11%, 최근 일주일 동안은 14.91% 상승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전 산업 확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의 이벤트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또 다른 원전 관련 종목인 한전산업도 공매도 잔고가 전혀 없다가 거래 재개 이후 57억9600만원이 쌓였다. 주가는 최근 일주일간 15.22%, 한달간은 31.75% 올랐다.
심텍, HPSP, 태성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도 공매도 숏커버링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혔다. 심텍은 반도체 기판을, HPSP는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를, 태성은 인쇄회로기판(PCB) 제작용 장비를 각각 만든다.
주가 변동성이 큰 탓에 공매도 투자자들이 자주 거래하는 바이오 종목들도 많았다.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의 수출 모멘텀이 있는 삼천당제약, 세포 분석 장비를 만드는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휘귀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젬백스, 인체조직재생 재료 생산업체 엘앤씨바이오 등이 포함돼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