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USIM) 해킹 사태'로 고전하던 SK텔레콤 주가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보 유출 사고로 주가가 급락하자 배당 매력이 커졌고 새 정부의 정책 수혜 기대까지 더해지면서다. 증권가에선 악재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적기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 0.92% 오른 5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여파로 0.8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결과다.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여파로 지난달 22일 장중 1년 내 최저가인 5만400원까지 밀렸는데, 이때와 비교하면 2주 만에 8.33%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매수 강도를 높이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19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전부 순매도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8거래일 중 6거래일을 순매수에 나서면서 추세 반전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텔레콤을 2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텔레콤이 지난 4월 초유의 정보 유출 사고란 악재를 맞닥뜨리게 됐지만, 이로 인한 영향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또 이 사태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가입자 이탈을 반영한 SK텔레콤의 5~12월 무선 서비스 매출액 감소분은 146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무선 서비스 매출액의 1.4% 수준이다. 이 증권사 김정찬 연구원은 "비용 불확실성으로 이익 가시성이 낮은 상황이지만 통제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올 2분기나 연간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유심 교체 관련 비용이 2분기에 발생하고 가입자 순감으로 이동전화 서비스 매출액이 감소하겠지만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동시에 고려하면 '어닝 쇼크'(실적 충격)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유심 정보 유출 사고로 주가가 떨어지자 배당 매력도 부각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배당수익률 상승으로 5만원선이 강하게 지지받고 있으며 최근 반등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2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을 당시 배당수익률은 7.7%에 달했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올해 예상 주당배당금은 3540원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 배당수익률은 약 6.8%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SK텔레콤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대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 비율)이 35% 이상인 상장사가 배당한 소득은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차등 세율로 과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확정될 경우 배당성향과 기대 배당수익률이 높은 SK텔레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홍식 연구원은 "최근 3년간 SK텔레콤의 평균 배당성향은 60%에 달한다"며 "올해 예상 배당성향 역시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만약 분리 과세가 허용된다면 올해 SK텔레콤의 세후 배당수익률은 5.6%에 달한다"며 "최근 시중금리를 감안할 때 상당히 매력적인 수익률"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선 '유심 해킹' 악재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한 만큼 매수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홍식 연구원은 지난달 말 '이젠 매수해도 됩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큰 훼손이 없고 배당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주가가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대 배당수익률 7%선에서는 강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정찬 연구원은 "유심 신청 인원에 대한 교체가 이달 내 완료될 것"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 행정지도의 해제도 기대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며 판단했다.
이어 "신규 모집이 재개되면 다음달 22일 단통법 폐지에 따른 보조금 경쟁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SK텔레콤은 유연한 보조금 정책을 통해 가입자 이탈을 완화하고 점유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