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리아 수도 공습…소수민족 보호 명분, 진짜 속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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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한 군인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국방부 청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시리아 보건부는 공습으로 인해 다마스쿠스에서 최소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5.07.17.[다마스쿠스=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한 군인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국방부 청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시리아 보건부는 공습으로 인해 다마스쿠스에서 최소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5.07.17.[다마스쿠스=AP/뉴시스]

이스라엘이 16일(현지 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국방부 청사와 대통령궁 인근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시리아 내에서 종파 간 갈등으로 사흘째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분쟁에 개입한 이스라엘도 공격을 확대하면서 분쟁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다마스쿠스에 있는 시리아 정권의 대통령궁 인근 군 본부를 공격했다”며 “군사 목표물 타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상처를 입었다.

이날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남부에서 정부군이 드루즈족을 폭력적으로 탄압했다는 주장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리아 정부가 남부 스웨이다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고 드루즈족 탄압을 계속한다면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웨이다는 드루즈족이 주로 거주하는 도시다.

아랍계 소수민족인 드루즈족은 약 70만 명 정도가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등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뒤 드루즈교를 이단으로 간주하는 이슬람 수니파 세력과 맞서기 위해 자체 민병대를 조직했다. 지난해 12월 내전 종식 후 과도 정부를 이끄는 수니파 무장단체 출신 아흐메드 알 샤라 임시 대통령은 포용을 약속했지만, 정부군이 드루즈족 공격에 가담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반면 이스라엘에서 드루즈족은 혈맹 관계로 여겨진다. 이스라엘 내 드루즈족은 1957년부터 이스라엘군 의무 복무를 한다.

시리아 남부 스웨이다에선 13일 드루즈족 민병대와 수니파 계열 베두인 부족이 충돌한 뒤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파견된 정부군과 드루즈족의 무력 충돌로 유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시리아군이 스웨이다시를 점령한 후 휴전이 선포됐지만 얼마 있지 않아 충돌이 다시 시작됐다. 분쟁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13일 이후 폭력 사태로 30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SOHR은 드루즈족 사망자 109명 중 40명이 민간인이며 이 중 27명은 정부군의 즉결 처형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시리아에 대한 공습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리아 정부군이 스웨이다시에서 철수할 때까지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경우 정권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의 공습 배경엔 국내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의 다마스쿠스 공습 전날인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연립정부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이 이탈하면서 연정 붕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1948년 건국 이래 병역이 면제됐던 초정통파 유대교까지 징집을 추진하려는 데 반발하고 있다. 이튿날 또 다른 초정통파 정당인 샤스당까지 연정을 탈퇴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 120석 가운데 50석을 확보한 소수 정부로 전락하게 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 내) 군사력 사용이 이스라엘 안보뿐 아니라 자국 내 정치적 입지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계산한 듯 보인다”며 “다른 지역에서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도 유리한 공간을 확보해 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은 더욱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중으로 무력 충돌을 끝내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기로 당사국들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X를 통해 “이 불안정하고 소름 끼치는 상황을 오늘 밤 끝내기 위한 특정 조치들에 (미국과 관련국들이) 동의했다”며 “우리는 모든 당사자에게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올렸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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