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영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관세를 엔터테인먼트 부문까지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게시물에서 美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 부과 절차를 "즉시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또 외국 영화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다른 나라들이 영화를 메시지 전달과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초에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자, “무역 문제가 많은 한국 영화에 상을 줬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이 엉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에 이어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우리는 해결에 나섰다”라는 글을 올렸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주말 배우 존 보이트와 그의 매니저 스티븐 폴과 마라라고 클럽에서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트와 폴은 대통령에게 미국 영화 및 TV 제작에 대한 연방 세제 혜택 확대 계획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기존 세제 혜택 확대와 만료된 세제 혜택 부활이 포함됐다. 보이트 측은 관세를 제안하지 않았으나 대통령이 관세를 언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이트와 배우 멜 깁슨, 실베스터 스탤론을 할리우드 특별 대사로 임명했다.
무형 상품인 영화에 관세가 어떻게 적용될지, 그리고 관세 징수 목적상 그 영화들이 어떻게 평가될지는 불분명하다. 외국 영화만 대상으로 할 지,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해외에서 촬영하고 외국에서 후반 작업을 한 영화도 포함할지 확실하지 않다. 또 이미 촬영됐으나 아직 개봉되지 않은 영화에도 적용될 지, 신작에만 적용될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 많은 고예산 할리우드 영화들이 대부분 미국 외 지역에서 촬영됐다. 미국에서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중 하나인 2009년작 아바타는 주로 뉴질랜드에서 촬영됐고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스코틀랜드 등을 포함한 다양한 해외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뉴질랜드 영화 제작자 조합의 아이린 가디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외국영화만을 지칭하는지, 외국에서 촬영된 미국 영화도 포함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미국 대비 저렴한 인건비와 제작비 등으로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호빗’ 3부작 등 여러 미국 영화의 촬영지로 활용됐다.
호주에서는 750개 이상의 기업을 대표하는 로비단체인 호주영화제작자단체(SPA)가 “정부가 이 같은 세계적 충격을 견딜 수 있는 회복력있는 산업 구축에 신속하게 나설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앞서 지난 달 중국도 트럼프의 대중 관세에 따른 보복 조치로 자국내 헐리우드 영화 허용 편수를 줄였다. 중국영화감독청은 4월 이 조치로 “미국 영화에 대한 중국 관객들의 호감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화 산업은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으나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 ‘기생충’를 포함해 외국 영화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영화협회(MPA)는 영화 및 TV 산업이 2023년 미국에서 약 2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영화 및 TV 산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위축됐다. CNBC가 인용한 미국의 영화산업 리서치단체 필름LA에 따르면,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은 지난 10년간 4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뉴질랜드와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세계 각국 정부는 미국보다 낮은 인건비에 영화 제작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세액 공제와 현금 환급을 제공하고 있다. 앰페러 어낼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적으로 콘첸츠 제작에는 총 2,480억달러(342조 7,400억원) 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은 기존 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수익을 늘리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영화 제작을 늘리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