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를 떠난다는 발표에 5일 미국 증시 개장전 거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은 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버핏이 떠나는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으로 5일 동부표준시 기준 오전 6시경 버크셔 해서웨이 A주는 2% 하락한 792,500달러를 기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B주 역시 2% 하락한 5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로이터와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버핏이 60년 넘게 일궈온 버크셔가 버핏의 비전과 스타 파워가 사라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버핏은 지난 3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부회장인 그렉 에이블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고 연말까지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버핏은 이와 함께 이사회가 4일에 회의를 열어 승계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버핏은 2018년에 그렉 에이블을 후계자로 지정하고 이사회 부회장으로 비보험 사업을 모두 맡겼다.
시버트NXT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말렉은 "버핏 덕분에 버크셔 해서웨이에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이버거 버먼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다니엘 핸슨은 “에이블은 버핏의 자식”이라며 “일생을 바친 업적이 훼손되지 않는 승계를 위해 버핏이 신중하게 계획해왔다”며 에이블의 리더십을 신뢰한다고 언급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의 회계 컨설턴트인 리처드 랭카스터는 이 변화가 2011년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가 팀 쿡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에 비견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렉은 매우 예리한데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과 파괴적 기술을 통해 다가올 변화에도 정통하다”고 말했다.
버핏의 지휘 아래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간 주주 수익률은 S&P500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버핏보다 에이벨이 버크셔의 자회사를 감독하는 데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FRA 리서치의 분석가인 캐시 자이퍼트는 "에이블은 버핏과 같은 환경을 유지하는 것과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것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는 버크셔가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버크셔는 1967년 이후로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에이블은 변화를 암시했다. 버크셔의 사업은 다양하며, 여기에는 게이코 자동차 보험, BNSF 철도, 전력 회사 등 유틸리타 회사, 부동산 중개업체, 그리고 데어리 퀸, 시즈캔디, 프룻오브더룸 등의 소매 업체도 포함하고 있다.
또 다른 가능한 변화는 버크셔가 소유한 기업의 매각 여부다. 기업 실적이 저조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기업을 많이 사들이지만, 경쟁 우위를 상실하면 매각하기도 한다. 2019년에 버크셔는 어플라이드 언더라이터라는 근로자 보상 사업을 매각했고 이듬해에는 광고 수익이 감소한 신문 사업도 매각했다.
대부분의 버크셔 자회사 대표들은 2018년 이후 에이블에게 보고해 왔다. 게이코,제네럴 리, 내셔널 인뎀니티와 같은 버크셔의 보험 사업은 부회장인 아지트 자인에게 보고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엄청난 규모 때문에 버핏의 성과가 단기간에 무너지거나 획기적인 인수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역사적으로 투자 결정 과정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간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버핏뿐 아니라 두 명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토드 쿰스와 테드 웨슐러의 영향을 받아왔다. 에이블은 이 라인업을 유지하고 웨슐러와 쿰스의 전문성에 계속해서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네이트 개리슨은 “버핏은 놀라운 기계(시스템)을 만들어냈다”며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사회에 계속해서 자문을 제공하고 중요한 기회나 위기가 닥칠 경우 언제든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그러나 자신이 이끌 때보다 “그렉이 이끌 때 더 잘할 것”이라며 이 확신을 강조하기 위해 버크셔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은 자신이 사망하면 현재 이사회 멤버인 아들 하워드가 이사회 의장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의사를 오랫동안 밝혀 왔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은 버핏이 아닌 이사회 이사들의 손에 달려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 날 워런 버핏이 주관하는 60주년 연례 주주총회는 그의 경영권 승계 발표후 관중들이 5분이상 기립박수를 보냈다. 많은 주주들은 자본가의 우드스톡 축제로 불리워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 총회가 향후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주주인 오마하의 소프트웨어 아키텍트인 사미르 나이크는 "자신이 이해하는 적절한 회사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천천히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 버핏이 남긴 유산"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