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페트로달러체제 흔들리자 유가통제 시도
美패권 균형점인 배럴당80~90달러 목표
최대 원유수입국 中 타격…韓도 다변화를
미국·이란 전쟁의 주요 배경을 놓고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개인의 판단’으로 해석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비웃는 이미지를 표지로 내세우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설득에 따라 이란과의 전면전에 나섰다는 ‘막전막후’를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50년 넘게 에너지·경제·역사를 연구해온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사진)의 시각은 다르다. 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언행에 집중하면 본질을 놓친다”며 “미국 지도층이 구상하고 있는 전략 범위 내에서 그의 전술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번 전쟁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장기 패권 구상의 일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패권의 핵심을 ‘달러 발권력’으로 꼽았다. 100달러(약 15만원) 지폐를 찍는 데 18센트(약 300원)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현대판 연금술’이다.
그동안 미국 패권은 네 단계로 진화해왔다. 1기는 금본위제 기반의 브레턴우즈 체제(1945~1971년), 2기는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도록 만든 페트로달러 체제(1974~2001년), 3기는 9·11 테러 이후 중동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며 이를 유지한 시기(2001~2026년), 그리고 현재 4기 진입이다.
특히 핵심은 에너지 필수품인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만든 페트로달러 체제다. 이를 통해 달러 발권력이 유지된다.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테러범들이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키자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중동 석유를 군사적으로 장악했다. 이는 페트로달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패권 3.0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미국에서 셰일혁명이 성공하면서 구조가 흔들렸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은 중동 석유 의존에서 벗어났고,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이어졌다.
그러자 원유 결제에서 달러 비중이 하락하고 위안화·루블화 등 비달러가 20%까지 늘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도 30년 만에 가장 낮은 50%대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현대판 연금술인 달러 발권력이 또다시 도전받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를 다시 되돌리기 위한 것이 이번 이란과의 전쟁이다. 미국 패권 4기의 시작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석유 생산원가는 중동이 배럴당 10~20달러, 러시아가 20~40달러, 미국이 40~60달러다. 그는 “미국이 지향하는 장기 목표는 배럴당 80~90달러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 수준이면 미국 소비자 경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미국 에너지 산업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전기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은 석유가 핵심 에너지원이다. 결국 석유를 장악한 국가가 패권을 쥔다. 석유에 관한 한 미국은 ‘남미는 제압’하고 ‘러시아는 포용’하며 ‘중동은 통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진행되든, 호르무즈 해협을 누가 통제하든, 결국 중동산 원유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 셰일 산업과 페트로달러 체제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미국 패권 4.0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쟁이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오르면 곧바로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중국의 제조업 수출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중국 견제에 맞춰 미국과 러시아가 향후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도 앞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 도입해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자원공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 직명대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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