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MVP와 세 번의 사이영상, 그리고 두 개의 우승반지. LA다저스 좌완 클레이튼 커쇼(37)는 메이저리거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이뤘다. 통산 3000탈삼진까지 32개의 삼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이대로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 입성은 거의 확정적이다.
그의 몸은 이제 서서히 공을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23년에는 어깨 수술을 받았고 2024년에는 발가락 수술을 받았다. 웃자란 뼈와 관절염, 그리고 파열된 족저 근막을 치료하는 제법 큰 수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18일(한국시간) LA에인절스와 홈경기에서 시즌 첫 등판을 갖는다. 자신의 18번째 빅리그 시즌의 시작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다섯 번의 재활 등판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7(21이닝 6자책) 3피홈런 5볼넷 16탈삼진으로 그럭저럭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패스트볼 구속이 90마일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왜, 아직도 공을 내려놓지 않는 것일까?
커쇼는 등판 하루전 ‘디 애슬레틱’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직접 답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말문을 연 그는 “사람들은 내게 ‘왜 여기서 끝내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는 서른 일곱이다. 여전히 많은 여생이 남아 있다. 야구는 재밌다. 그러니 안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이것이 내 대답”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지난 시즌 발가락 수술 이후 동료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모습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그는 “누구도 앉아 있기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던지고 싶고, 기여하고 싶고, 일원이 되고 싶다. 지난해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팀의 일원으로서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언제나 이런 위대한 팀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는 법이다. 이것이 내가 하려는 일”이라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몸 상태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재활 등판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여전히 발가락에 통증이 남아 있었다고 밝힌 그는 “이후 내 몸 상태보다는 투구에 더 집중할 수 있게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다저스는 그의 복귀가 절실하다.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나우, 사사키 로키가 모두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올스타 휴식기까지는 투수로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와 같은 훌륭한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가 우리 팀의 경기력과 강렬함의 수준을 끌어올릴 것으로 믿고 있다”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라스베가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