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주장 손흥민(오른쪽)이 17일(한국시간) 애스턴 빌라와 EPL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도 또 패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내리막길이 끝이 없다.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이상 잉글랜드)가 부정적 의미에서의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에서도 나란히 패했다.
토트넘은 17일(한국시간)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 원정경기에서 0-2로 무너졌다. 36일 만에 공식경기에 선발 복귀한 주장 손흥민을 앞세운 토트넘이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고, 오히려 후반 14분과 28분 각각 에즈리콘사와 부바카르 카마라에 실점하며 완패했다.
역대 단일시즌 최다패 기록을 ‘21경기’로 늘린 토트넘은 11승5무21패, 승점 38에 묶이면서 종전 17위를 유지했다. 앞선 크리스탈 팰리스와 36라운드 홈경기에서 패해 EPL 출범 이후 클럽 최다 패배 기록을 썼던 토트넘은 최저 승점까지 확정했다. 브라이턴과 최종전에서 승리해도 1997~1998시즌 나온 팀 역대 최저 승점 44를 넘어설 수 없다.
맨유도 마찬가지다. 런던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와 원정경기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전반 16분 해리 매과이어가 넣은 득점이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되는 불운을 겪은 맨유는 후반 26분 마르크 쿠쿠레야에 결승골을 헌납했다.
역시나 암울한 상황이다. 맨유는 10승9무18패, 승점 39로 토트넘보다 한 계단 높은 16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맨유는 리그 8경기 연속무승(2무6패)을 찍었는데, 이는 EPL 출범 후 구단의 가장 긴 무승 기록이다.
두 팀의 역대급 부진은 세계적으로도 화제다. 토트넘과 맨유는 22일 오전 4시 스페인 빌바오 산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 단판승부에서 우승을 다툰다.
UEL 타이틀은 두 팀에게 이번 시즌의 모든 것이자 마지막 희망이다. EPL에선 최악의 부진 속에 더 기대할 것이 없으나 UEL을 우승한다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처참한 리그 순위로 인해 잉글랜드 내에서도 두 팀의 UCL 출전 자격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규정은 규정이다.
그러나 UEL 결승전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영광 뒤로는 짙은 그림자가 깔려있다. 이기면 더할 나위 없이 ‘절반의 성공’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준우승에 그치면 날선 비난과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감독은 물론, 구단 수뇌부까지 거취가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동시에 스폰서와 마케팅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고 TV 중계권 감소 역시 불가피하다. 더욱 암울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강한 경질 압박에 시달려온 엔제 포슽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어디든지 감독 2년차에 우승했다”고 자신하나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던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2007~2008시즌 잉글랜드 리그컵이 마지막이다.
그에 반해 맨유는 ‘빅 매치’에 꾸준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특히 2016~2017시즌 UEL 정상에 올랐고, 지난 시즌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부진할 때 부진하더라도 우승하는 방법을 안다는 의미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맨유를 상대로 3전승을 달렸는데, 맨유는 UEL 4강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를 만나 산마메스 스타디움을 미리 경험했다. 결승전 그라운드를 미리 밟아봤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 요소다.
맨유 선수들이 17일(한국시간) EPL 37라운드 첼시 원정에서 0-1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해하고 있다. 사진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페이스북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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