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출간된 심리학 서적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의 저자 김민지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책을 출판한 출판사가 "작가의 주요 이력이 상당 부분 허위"라고 밝혔다. 출판사 측은 서점에 배포된 책을 모두 회수하고 작가에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길벗출판사는 공식 홈페이지에 의견문을 내고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2025년 1월 22일 당사가 출간한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의 저자 이력 사항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의 저자 이력에는 김씨가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하고, UCLA 대학에서도 임상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일 SNS에서 김씨에 대한 허위 이력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한 누리꾼은 "저자의 논문을 찾아봐도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학위도, 그 어떤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출판사 확인 결과 이력 상당 부분이 허위였다.
출판사 측은 "저자의 이력을 더 철저히 검증해야 했지만, 온라인 기록상 저자의 한국 활동이 2018년경부터 이어지고 있었으며, 서울시교육청과 대검찰청 등에서 강의를 진행한 것을 확인, 해당 기관에서 강사의 이력을 검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계약 전 저자의 오프라인 상담실에서 미팅을 진행하였으며, 해당 장소 내 하버드대학교를 포함해 여러 기관에서 발급된 인증서들이 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모교 교수들로부터 받은 추천사도 허위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책에는 미국 유명 심리학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의 추천사 등이 들어갔는데, 한 누리꾼이 직접 해당 교수에 이메일을 보내 확인한 결과 추천사를 준 사실도 없었다. 이에 대해 출판사 측은 "책에 수록된 추천사는 저자에게 전달받아 수록했다"며 "저자는 계획서 형태의 영문 원고를 교류하고 있는 지도교수나 학계 관련자에게 전달하여 추천사를 받겠다고 하였으며, 이후 당사에 추천사 문구를 전달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자와 오래 소통하면서 저자를 신뢰하는 상태였고, 저자는 수시로 진행 상황을 공유해주는 등 정상적으로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위장해 추천사의 진위를 의심하지 못했다"며 "독자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출판사 측은 김씨가 다른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출판사들에 관련 사실을 전달할 방침이다. 또한 김씨와 계약한 출판사들과 함께 김씨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김씨는 활발히 SNS를 운영하며 출간된 자신의 책을 홍보해 왔다. 책과 관련해 주요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해당 사실을 자신의 SNS에 알리기도 했다. 현재는 해당 책과 저자를 다룬 기사 대다수가 삭제된 상태다. 현재 출판사는 저자와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의 SNS를 폐쇄하고 잠적한 상황이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