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폭설 생전 처음”…사망사고에 정전·휴교·결항까지 아수라장 된 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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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철도·뱃길·하늘길 잇따라 막혀
용인서 눈 치우던 60대 쓰러진 나무에 맞아 사망
인천공항 국제선 111편·김포공항 12편 결항
수인분당선·지하철 1호선 지연운행
풍랑주의보 겹친 인천 13개 여객선 항로 통제

28일 인천시 중구 항동의 한 주택가 지붕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28일 인천시 중구 항동의 한 주택가 지붕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27일부터 이틀 연속 내린 폭설에 수도권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도로·철도·뱃길·하늘길이 막히고 정전까지 잇따르면서 28일 오전 내내 폭설 여파가 이어졌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휴교·휴원을 권고하고, 경기도는 비상 대응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했다. 폭설로 인한 3단계 대응은 경기도에서 이번에 처음이다.

28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단독주택 인근에서 갑자기 나무가 쓰러지면서 집 앞 눈을 치우던 60대 A씨를 덮쳤다. 머리를 크게 다친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광명시 가학동에서는 2개의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6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수원시 정자동에서는 한 공장의 인테리어필름 보관 창고 천장이 폭설로 인해 무너졌다. 14만㎡ 중 4900㎡에 이르는 면적의 천장이 내려앉았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용인시와 화성시에서는 새벽 시간대에 폭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전이 발생했다. 용인시 서천동에서도 오전 7시께 아파트 2곳에 정전이 발생해 1200여 세대가 불편을 겪었다.

한전 관계자는 “폭설로 인해 전신주나 전선에 문제가 생겨 정전이 발생한 곳들이 있다”면서 “폭설에 인력과 장비 진입이 제한적이어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에 이틀째 최대 40㎝가 넘는 폭설이 내리자 이날 정상 수업이 어렵다고 보고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휴업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경기지역 유·초·중·고등학교 등 4700여곳은 학교, 지역 특성에 따라 휴업이나 등교 시간을 조정했다. 과천에 있는 초등학교는 대부분 휴교를 결정했고 중고등학교는 10시로 등교 시간을 조정한 곳이 많았다.

수원 광교의 한 초등학교는 “어제와 밤새 내린 폭설로 인해 우리 학생들의 등교 시 안전이 걱정되는 상황으로 우리 학교는 오늘 등교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용인의 한 고등학교는 급식실 앞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일부 무너지자 적설량, 도로 교통 상황, 급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휴업을 결정했다.

의왕시 부곡동 도깨비시장에서는 비 가림 지붕인 아케이드 약 100m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인천시 미추홀구 셀프 세차장 지붕과 계양구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 지붕도 붕괴됐다.

도로와 철도, 바다·하늘길도 멈췄다. 이틀째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수원 광교신도시에는 아파트 단지 안은 물론, 외부로 이어진 도로 위까지 20㎝의 눈이 쌓이면서 새벽 일찍 차를 몰고 나간 운전자들이 여기 저기 뒤엉켰다. 일부 주민은 출근을 포기하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눈길을 헤치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나가야 했다.

경기 군포에서 성남시 분당구를 차로 출퇴근 해온 최모씨(33) 부부는 “아침에 차에 쌓인 눈을 치우러 갔다가 길에 쌓인 눈을 보고 포기했다”면서 “연차도 얼마 안 남았는데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불가피하게 부부 모두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에 사는 김모씨(52)는 평소 새벽 5시 정도에 버스를 타면 광화문 직장까지 35분이면 갔지만 도로 위 차들의 ‘거북이 운행’에 지각을 면치 못했다.

김씨는 “아파트 단지 내 인도에 언뜻 보더라도 간밤에 20㎝ 이상 눈이 쌓였지만 새벽 이른 시간에 치우는 손길이 없어 배달 차량이 지나간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해 버스 정류장까지 겨우 걸어갔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관통하는 수인분당선과 지하철 1호선도 제설작업 문제로 양방향 지연 운행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간밤에 수인분당선 전동 열차 차고지와 열차 등에 많은 눈이 쌓이면서 해당 노선 양방향 열차가 길게는 20분가량 지연 운행됐다.

이날 아침 수인분당선 수원시청역에서 출발한 직장인 박모씨(34)는 10여분간 1호선 수원역 환승 구간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박씨는 “수인분당선 열차를 제때 타지 못한 승객들이 역사 내부에 계속 들어차면서 난리가 났다”면서 “압사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걱정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오전 8시 30분께 수인분당선 야탑역에서도 열차가 지연 운행되면서 많은 인파가 몰렸다.

경찰은 출근 시간대 야탑역 개찰구에서 나오는 시민 수를 확인한 뒤 해당 인원만큼 개찰구 안으로 들여보내는 방식으로 승객 수를 관리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승강장부터 개찰구 밖까지 길게 줄을 이어 선 채 수십 분간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이날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누적 적설량이 중구 25㎝, 부평구 24.6㎝, 연수구 23.4㎝ 등을 기록한 인천에서는 서해상에 풍랑주의보까지 내려지면서 인천과 백령도, 연평도 등을 잇는 13개 항로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인천공항과 전국 지방공항도 결항·지연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인천공항은 국제선 111편이 결항됐고, 31편이 지연됐다. 오전 10시 현재 김포공항은 12편, 김해공항은 7편, 대구공항은 2편, 청주공항과 울산공항, 원주공항은 각 1편이 결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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