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마즐리스)가 22일(현지시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보도했다.
프레스TV에 따르면 의회 국가안보위원장 에스마일 쿠사리는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야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다"면서도 "최종 결정권은 SNSC에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입구로 걸프 산유국, 이란, 이라크의 주요 원유와 가스 수송로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이 비교적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적이다. 이런 대형 선박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는 점에서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으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량은 하루 평균 2000만배럴이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에 달한다.
그동안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대방 유조선과 상선에 대한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이곳의 통항이 위협받았던 적이 있지만 이란이 이를 전면 봉쇄한 적은 없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