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이란 지도부의 결속을 보여주려 했지만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미 협상과 휴전 합의를 둘러싸고 보수진영 내부의 실용파와 강경파 내부 충돌이 불거졌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와 고위 군 지휘관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 시작된 장례 절차에서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첫날 숨진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추모했다. 군악대가 국가를 연주했고, 전쟁 발발 이후 공개석상에 함께 나오지 않았던 대통령과 의회 의장, 사법부 수장, 혁명수비대 고위 장성들이 나란히 섰다. 하지만 지난 3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가 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례에 앞서 이란 고위 인사들과 주요 정치 세력은 미국과의 협상을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강경파 측은 "테헤란 집회에서 지도자가 살해된 뒤 미국과 평화를 말할 수 없다"며 보복을 주장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신중하게 작성된 성명을 냈지만, 강경파들은 "최고지도자가 직접 모습을 보이거나 음성 메시지를 공개해야 물러서겠다"고 압박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전주 테헤란에서 열린 부인의 추모식에도 불참했다. 그의 부인은 전쟁 첫날 이스라엘과 미국의 폭격으로 10대 아들, 다른 친족들과 함께 숨졌다.
권력 균열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 더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지난주 생방송에서 휴전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가 갑자기 방송이 중단됐다. 강경파들은 "전임 하메네이가 임명한 국영방송 책임자를 해임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놨다. 국영방송은 수 개월 동안 협상팀을 공격했고, 테헤란 야간 집회에서는 협상가를 기소하거나 처형해야 한다는 구호까지 나왔다.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한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장례 절차 일부를 준비하러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를 찾았다가 이란 순례객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강경 정치평론가 포아드 이자디는 국영방송에서 "정부와 갈리바프 팀을 향해 무능하고 망상적"이라고 공격했다.
이란의 정치 갈등은 과거 보수와 개혁파의 대립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보수 진영 자체가 갈라진 양상이란 게 NYT 평가다. 실용파는 체제 생존을 위해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끝내고 경제를 개방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소수 강경파는 핵 프로그램을 포함해 미국에 어떤 양보도 해서는 안 되며 전쟁을 오래 끌어도 이란이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경파가 협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번 협의가 2015년 핵합의보다 넓은 범위의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친 정부성향의 분석가 메흐디 라흐마티는 "전쟁 위협을 없애고 경제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큰 거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외교적 합의를 승인했다며 소수 강경파의 뜻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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