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중환자실·수술방 간호사, 대거 미국행…5년새 7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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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간호사시험 응시자, 지난해 전 세계 ‘5위’…2636명
학원 수강생들 대부분 20~30대…“낮은 보수·처우 불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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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인 ‘엔클렉스(NCLEX)’에 응시하는 국내 간호사가 최근 5년 사이 약 7배 급증했다. 의료계는 이를 두고 가장 숙련된 간호 인력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미국 현지 병원 취업을 위해선 ICU(중환자실), OR(수술실), ER(응급실) 등 분야에서의 최소 2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요구한다. 이른바 ‘필수의료’ 현장에서 숙련된 경험을 갖춘 간호사들이 대거 해외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17일 뉴스1이 입수한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NCSBN)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간호사 시험에 응시한 한국인 간호사 수는 263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377명 대비 약 7배 증가한 셈이다.

연도별 응시자를 보면 △2021년 635명 △2022년 1816명 △2023년 329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2023년 응시자 수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NCSBN은 매년 국가별로 엔클렉스 시험 응시자를 집계하고 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는 우리나라가 전체 국가 중 응시자 수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응시자 수는 필리핀이 2만 825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인도 5869명, 케냐 3740명, 네팔 2662명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636명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응시자가 많은 국가로 집계됐다.

“수강생 10명 중 9명은 2030”…美간호사 “주 3일 일해도 연봉 더 높아”

간호사들이 미국, 호주 등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국내보다 보수와 근무 여건이 낫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 결여 △독립적 업무 수행의 어려움 △결혼, 임신, 출산, 양육 등 가정생활과의 병행 부담 △태움, 괴롭힘 등 직장 내 갈등 △교대근무, 야간·휴일 근무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피로 등을 주된 어려움으로 꼽았다.미국간호사학원 관계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자녀의 교육이나 이민을 목적으로 미국 간호사 시험에 응시하는 중년 간호사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수강생 10명 중 9명이 20~30대 젊은 간호사들이다”라며 “과거에는 지역 병원이나 의원에서 경력을 쌓은 후 상급종합병원 등 더 나은 환경으로 이직을 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의정사태 이후 병원들이 신입과 경력 모두 채용을 줄이면서, 국내에 설 자리를 잃은 간호사들이 결국 해외 취업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에서 4년 차 간호사로 근무 중인 김 모 씨(32)는 “미국 병원에서는 주 3일 12시간씩 근무하고 4일을 쉬면서도 국내보다 두 배 높은 연봉을 받는다”며 “특히 정신·마취 등 전문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2억 원 이상의 연봉도 가능하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명확히 주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2025.3.12/뉴스1 ⓒ News1

1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2025.3.12/뉴스1 ⓒ News1

“숙련된 의료인력 유출, 의료체계에 ‘타격’…떠나면 돌아오지도 않아”

전문가들은 간호사의 해외 진출 증가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기보다는 열악한 국내 간호 근무환경과 처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간호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간호대 입학정원을 늘리기보다는, 임상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김부섭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장은 “숙련된 의료인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 4년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데, 이렇게 양성된 의료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내 의료체계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한 번 해외로 나간 의료인들은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어 인력 손실이 누적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숙랑 중앙대학교 간호대학 학장은 “간호사의 역할은 병원뿐 아니라 통합 돌봄과 일차 보건의료 등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현장에서의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숙련된 간호 인력들이 미국 등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국내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간호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호계 관계자도 “간호사 처우 개선의 핵심은 한 명의 간호사가 돌봐야 하는 환자 수를 줄이는 것”이라며 “현재 의료법상 규정은 있지만 강제력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실효성 있는 제재나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현장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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