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음원 업체와 맞손
코인 통한 노래 저작권 투자실험
신한은행은 음식배달 결제활용
국내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운 실험 경쟁에 나섰다. 은행권 공동 협의체를 통해 발행을 준비하면서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이를 활용할지는 차별화된 아이디어 싸움에 들어간 모습이다. 여기에 교보생명을 비롯한 보험사까지 진입하며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음원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블록체인 기술기업 아톤과 3자 간 업무협약(MOU)을 맺고 스테이블코인 활용 실험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실험은 ‘노래 저작권 주식’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사고파는 구조를 가상 환경에서 실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뮤직카우가 운영하는 음원 저작권 조각투자 방식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붙여 해외 투자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다. 예컨대 베트남에 거주하는 K팝 팬이 현지 거래소에서 농협은행이 참여한 협의체가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한 뒤, 이를 뮤직카우 지갑으로 전송해 블랙핑크 음원 지분 조각을 사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다.
다만 실제 현금이 오가는 것은 아니고, 클라우드 환경에서 토큰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당장 법적으로 상용화는 어렵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 어떤 서비스와 결합해 활용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한다.
신한은행은 자사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에서 스테이블코인 적용 실험을 시작했다. 음식 배달 결제와 리워드 지급, 가맹점 정산까지 전 과정에 코인을 얹어 효율성을 따져보는 방식이다.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 디지털 화폐를 연결해 실제 수요를 검증하려는 시도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그룹 차원에서 ‘국민지갑’ 프로젝트를 진행, 60만 명에게 스테이블코인 240억 개를 발행·유통하며 전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자산팀을 중심으로 업계 협의체 활동과 신규 사업 발굴을 병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가상화폐 수탁사 비트고와 합작법인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해 수탁업 인허가도 추진 중이다. 인터넷은행 중에선 케이뱅크가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무신사머니’ 활성화 협약을 체결, 추후 스테이블코인 연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은행권은 최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의 접촉에도 나섰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달러 기반 발행사인 서클(USDC)과 테더(USDT) 측과 잇따라 만나 국제 기준에 맞는 인프라 선점을 모색하고 있다. 제도화 이후 해외 업체와의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협의체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13개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참여하는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분과’를 신설했다. 결제·유통·IT 기업뿐 아니라 교보생명, 다날핀테크 등이 새로 합류했다. 보험사 등 다른 금융사까지 뛰어드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은행권을 넘어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