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자금 넘어 증시 빚투 수요 유입
대환대출·리볼빙 이월잔액 증가
고정이하여신비율 악화 건전성 비상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자금 수요가 카드사 등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다. 생계형 대출뿐 아니라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2금융권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단 우려가 나온다.
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의 지난 5월 기준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3조253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 달 새 2704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정부가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한 이후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카드론으로 수요가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카드론은 금융업권 안팎에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신용대출 상품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활자금 수요뿐 아니라 증시 상승세를 노린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수요까지 일부 유입되면서 증가 폭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은행 대출이 사실상 막히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카드론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 잔액이 코스피 급등 시기부터 뛰기 시작한 것은 증시 호황 속 ‘빚투’ 수요 유입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은행 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카드론이 투자 자금으로 활용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갚지 못해 또 빌리는 악순환…건전성 적신호
더 큰 문제는 카드론을 갚지 못해 빌린 돈을 다시 카드사에 대출받는 ‘대환대출’이나 대금을 다음 달로 이월하는 ‘리볼빙’ 등의 잔액도 함께 늘어나고 있단 점이다.
지난 5월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리볼빙 이월 잔액은 각각 1조6559억원, 6조7999억원으로 전월보다 3.60%, 1.39%씩 늘었다. 현금서비스 잔액도 같은 기간 4.95% 증가해 6조50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더욱 키우는 동시에 카드사의 연체율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실제 카드론은 은행권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만큼 차주의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에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환 능력이 낮은 차주가 늘어날 경우 카드사의 대손비용 확대와 건전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체율이 날로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카드사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부실채권이 전체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자산건전성이 부실하단 의미다.
금융통계시스템에서 확인한 지난 1분기 말 기준 각사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롯데카드(1.89%), 우리카드(1.45%), 하나카드(1.43%), 신한카드(1.25%), KB국민카드(0.99%), 현대카드(0.85%), 비씨카드(0.77%), 삼성카드(0.72%) 순으로 높았다.
카드사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자 금융당국도 카드론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우려되는 카드사를 불러들여 선제적으로 관리하라고 주문했고, 카드사들은 당국에 일일·주간·월간으로 동향을 보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상품의 플랫폼 노출을 축소하거나 신규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등 대출 공급을 관리 중”이라며 “무분별한 대출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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