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고려아연서 수억 손실 위기
‘숏 스퀴즈’로 상한가 기록하자
‘선물 하락’에 베팅… 손해 커져
유튜브 “나도 손실…자숙하겠다”
유명 유튜버의 조언에 따라 최근 주가가 급등한 고려아연의 ‘숏(하락)’ 베팅에 나선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 위기에 처했다.
28일 복수의 고려아연 선물 투자자들에 따르면, 최근 구독자 6만명 이상을 보유한 A씨는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고려아연의 선물 하락 투자를 조언했다. A씨는 주식 투자 관련 저서를 작성하기도 한 인물로, 회비를 받고 유료 주식 투자 교육방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고려아연 주가가 경영권 분쟁 탓에 급등하자, 회원을 대상으로 선물 하락 투자를 강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매수가 종료된 후엔 기대감 소멸로 주가가 급락할 것이란 분석에 숏 베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분 확보 경쟁 지속에 대한 기대감과 기관투자자들이 매도 계약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숏 스퀴즈’가 나와 고려아연 주가는 24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25일에도 주가는 10% 상승했고, 이날도 장중 8% 이상 올랐다.
투자자들 기준으로 현재까지 손실을 본 인원수는 200여명이 훌쩍 넘는다. 단기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빚을 내 1억원 이상을 투자한 이들도 적지 않다. 손실 규모가 수 십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선물 레버리지(차입) 투자는 현물 주식처럼 소위 버티기가 불가능하다. 보유 상품 가격이 증거금 총액의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증권사로부터 ‘마진콜(증거금 추가 예탁)’ 통보받은 투자자들도 많다. 많은 투자자들은 반대매매를 당해 손실을 확정하거나,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손실을 본 일부 투자자들은 A씨를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는 “주식 초보를 대상으로 변동성이 큰 선물 투자를 유도했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고수익을 약속한 경우가 아니면, 리딩방을 운영했다고 해서 불법을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최근 강화된 자본시장법으로 인해 투자자문업 등록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채팅방 등에서 투자자들과 양방향 소통을 했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의 경우에도 원금 손실 가능성 안내가 필수다.
A씨는 논란이 불거지자 유튜브 공지를 통해 “이런 돌발적 사태가 일어날 줄은 전혀 몰랐다. 저 역시 손실금액이 너무 큰 상태”라며 “정말 죄송하다. 당분간은 자숙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선물 레버리지 투자는 변동성이 극심해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며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주가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