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민병덕·안도걸 의원 토론회서
한은-산업계 ‘7대 리스크’ 놓고 충돌
한은 “100% 준비금도 코인런” 경고에
업계 “은행 중심으론 혁신 불가능” 반박
“이미 시장 99%는 테더(USDT)로 거래”
‘디지털 달러’ 공습에 韓만 ‘골든타임’ 놓칠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원스코) 법제화를 둘러싼 논쟁이 ‘발행 주체’라는 핵심 뇌관을 만나 격랑에 휩싸였다.
‘안정’을 내세운 한국은행과 ‘혁신’을 촉구하는 산업계·학계가 지난 10일 민병덕·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책 토론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미국, 일본 등이 AI 에이전트 시대를 대비한 ‘미래 결제 인프라’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는 가운데 , 한국만 ‘디지털 쇄국’의 길로 접어들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은행과 가상자산 관련 학계·산업계 등 양측은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한은 “100% 준비금도 ‘코인런’ 못 막아”… SVB 사태 ‘유동성 리스크’ 경고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은행은 ‘혁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7대 리스크를 재차 강조하며 신중론을 폈다.
특히 ‘코인런’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박준홍 한은 금융결제국 팀장은 “100% 안전자산으로 구성해도 뱅크런은 발생한다”며 , 이는 “원금 손실 위험이 아닌,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하지 못할 ‘유동성 리스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스테이블코인 USDC는 준비금 8%만 물렸음에도 18%의 환매 요구가 몰렸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금산분리’ 문제도 “단순 대출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팀장은 “네이버나 삼성 같은 빅테크가 자사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에게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강요하는 ‘독점적 지위’가 진짜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자본 유출 우려도 구체화했다. 그는 “소위 ‘강남 현금 부자’가 대포폰(일명 ‘대포폰’)을 이용해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으로 자금을 옮기면, 블록체인 특성상 추적은 가능해도 ‘최종 소유자’를 특정하긴 여전히 극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
이에 따라 한은은 “규제 준수 능력이 확인된 은행 중심으로 먼저 시작하고, 네이버 같은 핀테크 기업이 ‘협력’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한은을 정책 협의기구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학계 “뱅크런과 달라, 40% 차익거래 기회”… ‘7대 리스크’ 조목조목 반박
학계는 한은의 주장을 ‘혁신의 발목을 잡는 논리’라며 정면 반박했다. 기조발표를 맡은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한은의 ‘7대 리스크’를 비판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 교수는 “‘뱅크런’은 100억 예금으로 1250억을 만드는 ‘신용 창출’ 시스템의 선착순 게임이지만 , 스테이블코인은 100억 자산으로 100억 코인을 발행하는 1대1 구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코인런으로 1원짜리가 0.9원이 되면, 3개월만 기다리면 1원을 받을 수 있어 40% 무위험 수익을 노린 차익거래자(AP)들이 즉각 매수에 나서 패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은행 예금 이탈로 인한 신용 공급 위축 우려에 대해서도 “100조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돼도 은행권 예대마진 손실은 최대 1조원 수준”이라며 , “이는 은행권 연간 수익 59.3조원의 ‘며칠치 돈’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금산분리 우려에는 “교조적 접근”이라며 “삼성전자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써서 연 1000억원을 절감하면 OK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면 금산분리 위반이냐”고 반문했다 .
특히 한은이 대안으로 제시한 ‘은행 주도 발행(BIPB)’ 모델은 “해외 성공사례가 없고 , 경쟁자인 네이버·카카오에 은행이 코인을 내줄 리 없는 ‘홀드업 문제’만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역시 “인터넷은행과 간편결제 도입 당시 은행들이 반대했던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 “은행 중심 모델은 ‘시장 잠식’을 우려해 혁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자본연 “통화정책 뇌관” 경고 속… 핀테크 “이미 시장 99%는 USDT”
물론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한은만의 기우는 아니었다. 발제자로 나선 장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의 핵심 경로인 ‘신용’과 ‘금리’ 모두를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연구위원은 고객이 ‘저비용 개인 예금’을 인출해 스테이블코인을 사면, 이 자금이 발행사의 ‘고비용 법인 예금’ 형태로 은행에 돌아온다고 분석했다 .
그는 “법인 예금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상 페널티를 받아 은행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결국 신용 창출(대출)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은 단기 안전자산 시장이 취약해 , 준비자산 매입 수요가 시장 금리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두 번째 토론에서 이성미 코드(CODE) 대표는 트래블룰 데이터를 근거로 “지난 10월 국내 코인 이전의 83.9%가 스테이블코인이었으며 , 이 중 99.15%가 달러 기반의 USDT(테더)”라고 밝혔다 .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한국 원화만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진석 KODA 대표와 최연택 KPMG 상무도 “이미 해외 고객들은 은행 송금이 아닌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 “비공식적으로 남대문시장 등에서 이미 해외 코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AI가 1원 결제하는 시대”… 업계 “지갑 중심·기능별 규제” 개방 촉구
산업계는 미래 주도권이 달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강형구 교수는 “미래는 1초에 100번씩 거래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라며 “AI 비서가 1원, 0.5원 단위로 결제해야 하는데, 수수료 비싼 은행망이나 신용카드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
그는 “150조원을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었는데, 정작 결제는 일본 JPYC(엔화 스테이블코인)나 미국 USDC(달러 스테이블코인)를 쓰게 된다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며 “이 싸움은 네이버·카카오 대 구글·애플의 ‘플랫폼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혁신을 위해 업계는 구체적인 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토론에 나선 이병규 네이버파이낸셜 이사는 “3천만 이용자를 기반으로 해외 결제, 소상공인 빠른 정산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폐쇄된 환경이 아닌 ‘개방형 환경 조성’ ▲‘거래소’가 아닌 ‘지갑’ 중심의 제도 개선 ▲겸영 및 부수 업무 완화 등 3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창천의 현지혜 변호사도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자산 이전에 ‘지급 결제 인프라’”라며 “리스크 수준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기능 중심의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수년째 막혀있는 법인과 외국인의 시장 참여를 허용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날 격론은 뚜렷한 합의점 없이 마무리됐다. 두 번째 토론의 좌장을 맡은 신상훈 교수는 “시장은 한은이 문제 제기만 할 뿐 솔루션을 주지 않는다고 느낀다”며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한국은행과 가상자산 업계의 상반된 의견에 대한 대안으로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이중엔진’ 모델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CBDC(혹은 예금 토큰)로 도매 결제와 ‘유동성 백스톱’ 역할을 맡고 , 민간 핀테크가 해외 송금 등 소매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담보를 예금에 한정하면 안 되며 국채,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을 품어 자본시장을 선진화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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