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노사 소통 TF 가동
사용자 기준·교섭절차 등
법 시행전 불확실성 최소화
김영훈 “무조건 면책법 아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그간 경영계가 우려 사항으로 지적해온 쟁점을 준비 기간 동안 충분히 고려해 매뉴얼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법 개정 전에 했어야 하는 조치’라고 지적한다.
24일 고용부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법 집행을 위한 후속 조치를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향후 6개월간의 시행 준비 기간 동안 노사 의견을 수렴할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쟁점과 우려 사항을 파악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특히 개정법의 실제 적용과 관련한 의견을 상시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경영계·노동계 상설 소통창구’를 TF에 설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이해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 법 시행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표적 우려 사항으로 지목되는 쟁점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제시되는 판례와 판단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깊은 논의를 거쳐 사용자성 판단 기준, 교섭 절차, 노동쟁의의 범위 등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뉴얼에는 원청을 위한 단일 교섭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원청 소속 노조들 중 대표와, 하청 소속 노조들 중 대표를 뽑아 교섭하는 안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은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금도 노조법상 교섭 단일화 절차가 있다”며 “세 가지 정도 안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원청과 하청이 함께 하나의 교섭단을 구성하거나 △원청과 하청이 각각 교섭대표노조를 따로 선출해 개별 교섭에 나서거나 △아예 모든 교섭을 각개로 진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박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2안이 가장 유력하다”면서 다만 “1차 도급, 2차 도급 등 벤더사가 단계적으로 있는 경우 교섭을 단계별로 할 건지까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 같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아울러 지방고용노동청을 통해 노조법 2·3조에 취약할 수 있는 권역별 주요 기업들도 진단할 예정이다.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교섭 과정에서의 컨설팅 등도 지원한다.
고용부는 이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은 변화한 노동 환경과 산업구조에 대응해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원·하청 등 다층적 산업구조하에서의 실질적인 교섭권 보장,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한 노동권 위축 문제 등을 해소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 역시 “이번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은 산업 현장에서부터 노사의 대화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촉진법’이자 ‘상생의 법’,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개정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분별한 교섭이나 무제한 파업, 불법 파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다”며 “노사관계 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계에서도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새로운 노사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들이 법안 개정 전에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 교섭 절차, 노동쟁의의 범위 등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은 법 개정 전에 논의하고 넣었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우선 법을 통과시킨 다음에 문제가 되면 재개정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침을 마련한다고 해도) 고용부가 법률의 문구에 반해서는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