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급락(원화 가치 급등)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이 발표된 이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돼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32원90전 내린 1434원1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하루 만에 30원 넘게 내린 것은 2022년 11월 11일 59원10전 하락 이후 2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1450원50전에 출발한 뒤 오전부터 빠르게 내렸다. 오전 11시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시작된 후 1430원20전까지 내렸다가 오후에 소폭 반등했다. 이날 주간 거래 종가(1434원10전)는 지난 2월 26일(1433원10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이 크게 내린 건 윤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영향으로 파악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원화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맞물려 약세였다”며 “탄핵이 인용된 만큼 단기적으로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작년 12월 2일 환율(1402원90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나타난 달러 약세 흐름도 환율 하락에 기여했다. 주요 6개국 통화 가치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지난 2일 103.81에서 3일 101.93으로 1.81% 하락했다. 이날 아시아장에서는 장중 한때 101.5까지 내리기도 했다. 상호관세 부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이 악화하면서 미국 경기가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약달러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 횟수를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다른 주요국 통화 가치는 급등세를 보였다. 엔화와 유로화 가치는 최근 6개월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유로화 가치는 상호관세 발표 직후 유로당 1.0853달러에서 1.1052달러로 높아졌고, 이날도 1.1052~1.1054달러 수준에서 움직였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9.28엔에서 146.06엔으로 내렸다. 달러 외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파악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