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거운 자리에서 가장 가벼운 입놀림…증시 발작시킨 트럼프 ‘입’

1 week ago 7

글로벌 증시 역대급 널뛰기
나스닥 12% 다우 8% 급등
M7 시총 하루 2700조 불어

코스피 하루새 6.6% 상승
8개월만에 매수 사이드카

불확실성 우려는 여전
“관세 유예 효과로 단기반등
바닥친 것 아니다” 분석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9일 오후 1시 18분(미국 동부시간). 이 시각 이후 세계 증시 흐름이 단번에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는 방침을 밝히면서 각국 증시가 큰 폭으로 뛰었다. 세계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오럴 리스크’에 속수무책이다.

국내 증시도 2023년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 세웠던 코스피 역대 최대 상승폭을 경신하는 등 호조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각각 7.87%, 9.52% 급등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이 시세를 확인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이 시세를 확인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16% 폭등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상승폭은 각각 역대 세 번째, 두 번째를 기록했다.

상호관세 발표 후 큰 타격을 입었던 대형 기술주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애플은 15.33% 급등했고 테슬라는 22.69% 올랐다. 인공지능(AI) 대표주 엔비디아(18.72%)와 메타(14.76%), 아마존(11.98%) 등 시가총액 상위권 주요 빅테크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7대 대형 기술주를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의 시총은 이날 하루 1조8600억달러(약 2709조원) 불어났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리서치노트를 통해 “이번 조치는 기술주에 절실히 필요했던 안도감을 제공했다”며 “중국이 애플 및 광역 공급망 이슈에 관한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음에도 주식과 시장을 절벽 가장자리에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지금이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고 적어 ‘트럼프 풋’(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하락을 막아준다는 의미)을 예고했다.

마니시 라지 벨란데라에너지파트너스 전무는 마켓워치에 “트럼프가 90일 관세 유예에 나선 것은 트럼프조차 ‘시장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줬다”며 “트럼프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에 모든 것을 걸고 위험을 감수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10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환호했다. 국내에서는 코스피가 151.36포인트 오르면서 종전의 최고 일일 상승폭 기록(134.03포인트)을 넘어섰다.

근래 부진을 이어가던 반도체 업종은 물론이고 2차전지 섹터도 일제히 날아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11.31%)과 SK이노베이션(10.25%) 등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고 삼성SDI도 5.41%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60% 오른 2,445.06, 코스닥 지수는 5.97% 오른 681.7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같은 날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한 것은 지난해 8월 6일 이후 8개월 여 만이다. 2025.4.10 [사진 =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60% 오른 2,445.06, 코스닥 지수는 5.97% 오른 681.7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같은 날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한 것은 지난해 8월 6일 이후 8개월 여 만이다. 2025.4.10 [사진 = 뉴스1]

외국인투자자들이 10거래일 만에 코스피에서 3000억원가량의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7.09%), HD현대중공업(10.39%) 등 방산·조선 업종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코스닥은 11거래일 만에 외국인이 순매수세로 돌아서며 전날보다 5.97% 오른 681.79에 마감했다.

일본 도쿄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13% 오른 3만4609.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이다. 전날 3.93% 하락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도요타와 혼다 주식은 각각 7.50%, 8.44% 올랐다. 도쿄일렉트론은 12.89%나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보복 관세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높아졌던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완화됐다”면서 “그동안 매도 물량이 쏟아졌던 수출주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찾았다”고 전했다.

대만 증시는 이날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이 10% 가까이 급등함에 따라 자취엔지수가 9.25% 오른 1만9000.03으로 마감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샘 스토발 CFRA리서치 수석투자전략가는 CNBC에 “이번 관세 유예로 적어도 단기 반등은 가능하지만 바닥을 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번 속으면 남의 탓이지만 다섯 번 속으면 자신의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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