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샬 액톤3 지미 헨드릭스 에디션
기타라도 연결할 수 있는 줄 알았다.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을 붙였으니, 연주를 위한 무언가가 숨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액톤3 지미 헨드릭스 에디션은 기타 앰프가 아니라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달라진 것은 음질이 아니었다.벨벳 외관과 퍼플 컬러, 전원을 켜고 끌 때 흘러나오는 짧은 기타 리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정도면 충분했다.
왜일까.그 답을 찾기 위해 기자 네 명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스피커로 서로 다른 음악을 들어봤다.● 기자 4명의 귀는 조금씩 달랐다
김영호 기자는 록에서 이 스피커의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봤다.
“록에서 확실히 강점을 보였다. 기타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 있었고 드럼의 펀치감도 액톤2보다 더 살아난 것 같다. 전작보다 중·고음 밸런스가 안정되면서 기타의 찰랑거리는 음색도 더 잘 표현됐다.”
힙합에서는 “베이스는 강하지만 보컬이 묻히지 않았다. 크기에 비해 출력도 좋아 10~12평 정도 공간에서 쓰기 적당해 보였다”고 평가했다.케이팝도 좋은 궁합을 보였다.
“중음이 따뜻하고 보컬이 또렷하게 들렸다. 신스 사운드나 밝은 전자음도 깔끔하게 표현됐다.”
반면 클래식은 “첼로의 음색은 안정적으로 표현됐지만 공간감은 조금 평면적으로 느껴졌다. EQ를 조절하니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 이예리 기자 | 일상은 디자인을 먼저 본다이예리 기자는 소리보다 제품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라색 벨벳 소재가 생각보다 고급스럽다. 어느 공간에 두어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앱으로 EQ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청음에서는 록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카랑카랑한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록 특유의 매력이 잘 살아난다.”
케이팝은 “무난하고 편안하게 듣기 좋은 소리”라고 했고, 클래식은 “오케스트라보다 피아노나 첼로처럼 단일 악기 연주가 더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는 록, 팝, 재즈처럼 베이스가 살아 있는 음악에서 장점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 황수영 기자 | 공간은 소리보다 분위기를 남겼다
황수영 기자는 재즈와 시티팝, R&B에서 이 제품의 매력이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의 ‘Always’를 들었을 때 “숨소리나 잔향 같은 미세한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보컬이 앞으로 나오고 악기들이 서로 뭉개지지 않아 오래 듣기 편했다”고 했다.
전체적인 성향은 “악기 하나하나를 날카롭게 분리하기보다 여러 소리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들려준다. 현장감이 압도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거실이나 방에서 오래 틀어두기 좋았다”고 정리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크러시드 벨벳 소재와 퍼플·블랙이 섞인 마블링은 일반 스피커보다 하나의 인테리어 오브제에 가깝다. 집 안에 두는 것만으로도 공간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 그리고 나는
내게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음악이 아니었다.
전원을 켜자 몇 초간 흘러나온 기타 리프였다.
고작 몇 초였지만 블루투스 스피커의 알림음이라기보다 공연장 조명이 하나둘 켜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공연을 시작합니다”라는 짧은 인사처럼 들렸다.
첫 곡으로 고른 건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이었다.
기타 리프가 시작되자 기타는 스피커 안에 갇혀 있기보다 한 발 앞으로 걸어 나오는 듯했고, 드럼은 과하게 부풀지 않으면서도 공간을 단단하게 받쳐줬다. 볼륨을 조금씩 올릴수록 소리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방 안의 공기 자체가 달라졌다.
신기했던 건 귀보다 눈이 먼저 반응했다는 점이다.
음악을 듣고 있는데도 한여름 록 페스티벌 무대와 공연장 뒤편에 줄지어 서 있던 검은 마샬 앰프가 먼저 떠올랐다. 수도 없이 봤던 은색 Marshall 로고가 음악보다 먼저 기억을 불러냈다.
전원을 다시 켜고 싶을 만큼, 그 짧은 기타 리프가 오래 귀에 맴돌았다.
액톤3 지미 헨드릭스 60주년 에디션은 기존 액톤3를 기반으로 한 한정판 모델이다.
총 출력 60W의 스테레오 구성과 향상된 고역 해상력, 풍부한 저역 등 기본 성능은 일반 액톤3와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디자인과 상징이다.
1966년 지미 헨드릭스가 처음 마샬 앰프를 사용한 지 6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으며, 그가 즐겨 입던 벨벳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크러시드 벨벳 외관과 퍼플 컬러를 적용했다. 제품 측면에는 헨드릭스를 상징하는 문양을 새겼고, 전원을 켜고 끌 때는 그의 대표곡 ‘Have You Ever Been (To Electric Ladyland)’에서 추출한 희귀 인스트루멘털 기타 리프가 흘러나온다.
● 이름에서 시작된 전설
흥미롭게도 지미 헨드릭스와 마샬의 인연은 이름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의 본명은 제임스 마샬 헨드릭스(James Marshall Hendrix)였다. 그의 미들네임 ‘Marshall’과 창업자 짐 마샬(Jim Marshall)의 성이 같았다는 점은 두 사람의 인연을 상징하는 일화로 지금도 자주 회자된다. 이후 헨드릭스는 마샬 앰프를 자신의 대표 장비로 사용하며 록 역사에 남을 사운드를 만들어갔다.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도 헨드릭스는 마샬 앰프로 연주했고, 이후 수많은 록 스타들이 무대 뒤에 검은 마샬 캐비닛을 쌓아 올렸다. 검은 앰프와 금색 로고는 어느새 공연장의 풍경이자 록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그래서 이번 에디션의 벨벳도, 퍼플 컬러도, 전원을 켤 때 들리는 짧은 기타 리프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모두 한 시대를 상징했던 음악과 무대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이다.
● 헤리티지는 어떻게 소비되는가
객관적으로 보면 일반 액톤3와 성능 차이는 거의 없다. 출력도 같고, 스피커 구성도 같다.
그런데도 이 제품은 일반 모델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마 사람들은 벨벳을 사는 것이 아니다.
퍼플 노브를 사는 것도 아니다.
몇 초짜리 기타 리프를 사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 담긴 록의 역사와 지미 헨드릭스라는 전설, 공연장의 열기, 무대 뒤 검은 마샬 앰프, 그리고 한 번쯤 기타를 메고 무대에 서 보고 싶었던 마음을 함께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마샬은 원래 스피커 회사가 아니었다.
록의 소리를 만들던 기타 앰프 브랜드였다.
그래서 액톤3 지미 헨드릭스 에디션은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라기보다 이야기를 입은 제품이다.
사람들은 스피커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번쯤 서 보고 싶었던 무대의 한 장면을 집으로 데려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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