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치료 외 의료용마약류 사용경험
“담배 피워봤다” 4.2%보다 비율 높아
ADHD치료제·식욕억제제 오남용심해
청소년의 약물 오남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흡연 경험이 있는 청소년보다 마약류 약물을 사용해 본 청소년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해소나 성적 향상, 외모 개선 등을 목적으로 의료용 마약류에 접근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지난해 8~9월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는 치료 목적이 아님에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신경안정제·항불안제 등 7종의 의료용 마약류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평생 한 번이라도 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4.2%)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오남용한 의료용 약물은 ADHD 치료제와 식욕억제제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 이내 비의료적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한 청소년 중 24.4%는 ADHD 치료제를, 20%는 식욕억제제를 사용했다. 특히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청소년 가운데 23.1%는 한 달 평균 20회 이상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는 의료용 처방 약물이 ‘공부 잘하게 하는 약’, ‘다이어트 보조제’ 등으로 왜곡돼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용 약물을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이유로는 ‘우울감·불안 등 심리적 고통을 덜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31.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집중력 향상이나 공부·업무 능률을 높이기 위해’(24.4%), ‘외모를 개선하거나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20%) 순이었다. 연구원은 “청소년의 약물 사용이 쾌락을 위한 일탈 행위라기보다, 성과 중심의 경쟁 환경과 자기 외모지상주의 가치관이 반영된 행동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은 주로 약국과 병원 같은 합법적 경로를 통해 약물을 손쉽게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6개월 내 가장 많이 사용한 약물의 구입 경로로는 57.8%가 ‘약국 또는 병원’을 꼽았다. 증상을 과장해 처방받거나, 가족이나 친척 간 공유를 통해 약물을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 마약류를 처음 알게 된 경로로는 유튜브·블로그 등 온라인 콘텐츠(4.4%), 텔레그램(6.7%), 텔레그램 외 소셜미디어(11.1%) 등이 꼽혀 디지털 환경을 통한 노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 사용 연령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비의료적 목적으로 의약품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1학년 사이가 51.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소년 유해약물 문제는 디지털 환경 요인, 성과 압박, 우울·불안 등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유해약물 예방-조기개입-치료-재활로 이어지는 통합적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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