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좁은 박스권 안에서 횡보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일명 '서학개미'로 전환해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지난 21일 기준 1917억달러(약 265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월별 연중 최고치다. 미국 시장에만 1509억달러가 예탁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올해 1월 1621억달러에서 2월 1530억달러, 3월 1478억달러로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3월 저점을 찍은 뒤 다시 반등해 4월 1583억달러, 5월 1763억달러, 6월 1844억달러, 7월 1909억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연초 대비 300억달러(약 41조원)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반면 국내 증시 대기 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 예탁금은 21일 기준 67조4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중 최고치였던 이달 1일 71조7777억원 대비 3주 만에 4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16조 4555억 원에서 21일 10조 8932억 원으로 33% 줄었다.
실제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순매수 상위 15개 종목을 보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뚜렷하게 헬스케어·AI·가상자산 테마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유나이티드헬스로, 약 2억7313만달러가 순매수됐다. 이어 협업 디자인툴 기업 피그마(1억7053만달러), 비트코인 채굴 기술사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1억5589만달러), 비만치료제 수요로 주가가 급등한 일라이릴리(1억1461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도(6506만달러)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밖에 글로벌 디지털자산거래소 불리쉬(7955만달러),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7069만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써클(6016만달러) 등이 고르게 매수됐다. 아이온큐(8175만달러) 같은 AI 인프라 기업도 꾸준히 편입되며 신성장 섹터에 대한 투자 열기를 반영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장 중 한때 3288.26까지 올랐으나 이후 3100선 안팎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달 20일에는 미국 기술주 급락 여파로 장중 3079.27까지 밀리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