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아우르는 시황 지수 'KRX TMI'(Total Market Index)지수가 출시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테마형 상품을 원하고, 기관 투자자도 코스피200지수 대비 KRX TMI지수의 투자매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앞서 통합지수 형태로 출시됐던 'KRX300', 'KRX100'처럼 KRX TMI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RX TMI, 코스피·코스닥 종목 중 투자 부적격 종목 제외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 13일 KRX TMI지수를 공개했다. 이 지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중 투자 가능 적격 종목으로 구성됐다. 관리 종목과 저유동성 종목, 거래 정지 종목 등 투자에 부적격한 종목이 제외됐다. 지난 11일 기준 KRX TMI지수엔 2093종목이 담겼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는 KRX TMI지수를 공개하며 "실제 투자 가능성을 고려한 지수로 설계해 코스피 대비 벤치마크로서의 투자 및 복제 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시 3개월이 지난 지금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는 출시되지 않았다.
자산운용사들이 출시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이는 우선 국내주식 대표지수형을 주로 매입하는 기관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 탓이다. 기존 대표 지수와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률 평가의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로 사용되면 연기금 등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KRX TMI와 코스피200의 수익률이 비슷하기 때문에 '큰손'인 연기금이나 기관 투자자가 코스피200을 두고 KRX TMI 벤치마크로 선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 KRX TMI 지수는 공개 후 1527.02에서 1471.73으로 3.6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3.3%)·코스피200(-3.66%) 수익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의 취향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은 대표지수형 ETF보다 소수 인기 종목이나 섹터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를 선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RX TMI 관련 ETF와 '양자컴퓨터' ETF 중 투자자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KRX TMI투자자 수요가 큰 커버드콜·레버리지·인버스 상품도 출시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관련 선물·옵션 지수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KRX TMI 파생전략을 위한 지수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책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점도 자산운용사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ETF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출시 1개월여 만에 출시됐다. 다만 KRX TMI에 대한 관심은 뜸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도 연기금이나 기관을 대상 지수 세일즈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KRX TMI, 수요 없는 공급…공급자 시선에서 개발된 지수"
이 같은 '수요 없는 공급' 때문에 KRX TMI지수도 KRX300·KRX100지수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2018년에도 'KRX100', 'KTOP30' 등을 대체할 대표지수로써 KRX300을 출시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KRX300이 유가와 코스닥시장을 아우르는 명실상부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벤치마크지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RX300지수 출시 2개월 만에 6개 운용사의 ETF가 6216억원 규모로 상장됐다.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의 ETF가 각각 2000억원 규모로 가장 컸다. 하지만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RX300' ETF 순자산은 171억원에 불과하다. KB자산운용의 'RISE KRX300' ETF 순자산은은 55억원이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1일 단 52주만 거래됐다.
게다가 한화자산운용의 KRX300 ETF는 소규모 펀드로 줄어들어 지난해 6월 상장 폐지됐다. KRX300 레버리지·업종 지수 기반 ETF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2008년 출시된 KRX100을 추종하는 상품도 대부분 상장 폐지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RX TMI 지수를 "수요가자 아닌 공급자 관점에서 출시된 지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시장은 코스피200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게다가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는 코스피, 변동성을 원하는 사람은 코스닥에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섞어서 한 번에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운용하는 입장에서도 구성 종목 모두를 커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밸류업 지수도 연기금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KRX TMI가 벤치마크가 되긴 쉽지 않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