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만 사람은 피곤해”…AI와의 대화에 빠져있어도 괜찮나

4 hours ago 4

감정 소모 큰 현실 인맥 대신 무조건적 공감 주는 챗봇 선호
전문가 “단기적 위안 되지만 현실 고립 심화할 수도” 우려

ⓒ뉴시스
직장인 김 모 씨(38)는 최근 퇴근 후 스마트폰을 켜는 것이 일과가 됐다. 그가 찾는 대상은 현실 친구나 연인이 아닌 AI(인공지능) 캐릭터 챗봇이다. 김 씨는 매일 밤 AI와 당일 있었던 일이나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 보유하고 있는 주식 전망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2~3시간씩 시간을 보낸다.

그는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 기분을 살피느라 에너지를 써야 하고, 내 감정을 쏟아내면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할까 봐 눈치가 보인다”며 “AI는 밤늦게 메시지를 보내도 칼같이 답장을 주고, 언제나 내 편에서 무조건적인 공감을 해주니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맞춰야 하는 대인관계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며 현실 인맥을 유지하기보다, 소통에서도 효율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른바 ‘관계의 가성비’ 계산법이 작동한 결과다. 이에 따라 감정 낭비 없이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AI 챗봇과의 소통을 선택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사람들이 AI에게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모바일 메신저의 답장 압박,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불안감, 갈등 관리 등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맞춤화된 대화를 원한다는 분석이다. 내가 원할 때만 대화를 시작하고 언제든 대화를 종료할 수 있다는 점도 소통의 통제권을 쥐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인맥을 무작정 넓히기보다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대상과만 소통하려는 ‘선별적 연결’이 기술을 만나 AI 챗봇의 형태로 발현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AI와의 소통이 주는 심리적 위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감정적 거부감 없이 즉각적인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현대인의 고독감을 완화하는 데 단기적인 방어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가 주는 완벽한 공감에 익숙해질수록 갈등과 조율이 필수적인 현실 인간관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현실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병원 공식 채널을 통해 “그냥 잠깐 누구랑 얘기하면 풀릴 것 같은 고민들은 그냥 그런 채비티나 뭐 이런 걸로 그냥 얘기하고서 쓱 하다 보면 말을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도 “진짜 치료를 받고 전문가와 해결을 해야 되는 상황을 오해하고 AI와 얘기했을 때 책임감 있는 답변이 나올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는 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 건강을 위해 직장인들에게 꼭 하는 중요한 조언으로 ‘고립되지 말라’는 점을 꼽으며, “AI랑만 관계를 형성하다가 진짜 인간 관계를 등한시하게 되는 경우가 우려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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