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척 주도하는 日참정당
20일 참의원 선거 앞두고 돌풍
SNS서는 ‘외국인 혜택’ 거짓 정보 확산
자민·공명 연립여당, 과반수 실패 가능성 커
오는 2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외국인 규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을 찾거나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가 급증하면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자 정치권에서 앞다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외국인 배척 정책을 선명하게 내세우는 극우성향의 신흥정당이 인기를 얻으면서 배외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외국인에 대한 규제 공약을 주도하고 있는 정당은 “일본인 우선”을 내세우는 신흥정당 ‘참정당’이다.
참정당은 지난 6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3석을 획득해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마이니치 신문 조사에서는 현재 1석인 의석수가 최소 8석에서 최대 17석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참정당은 “지나치 외국인 수용에 반대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단순 근로직 외국인 노동자 수용을 제한은 물론, 외국인의 토지 매입 및 생활보호제도 이용에 엄격한 제한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3일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는 거리유세에 나선 지바현에서 “지나친 세계화로 인해 빈부격차가 확대됐다. 중산층은 점점 더 가난해졌다”며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의 책임을 사실상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등 극우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시간의 3분의 1을 외국인 문제에 할애하며 “외국 자본이 일본의 부동산과 기업, 수자원 등의 자산을 매수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정당에서는 “배외주의를 주장하는 세력과는 함께하지 않겠다” 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입헌 민주당 노다 대표는 참정당을 겨냥해 “외국인을 배척해 정치적 득점을 올리려는 세력이 있다면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터에서는 외국인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외국인 노동자와의 공생을 호소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12일 발표한 추가 공약에서 외국인과의 공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의 정당들은 여야 막론하고 외국인 규제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주요 의제로 개헌, 부부별성 제도, 국방력 강화와 함께 외국인 규제가 주요 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보수를 기치로 내건 정당들은 참정당의 주장을 추종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일본 유신회는 공약에서 “외국인의 무질서한 증가와 지역 마찰의 폐해”에 대한 대응을 제시했다. 외국인 수용 규모에 제한을 두고 일부 비자의 발급 조건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방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소비세 면세 제도에 대해서도 “운영 방식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소속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지난 10일 외국인이 자국 운전면허를 일본 면허로 전환한 뒤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례를 언급하며 “국민이 불안을 느끼고 (외국인과의) 형평성에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면허 전환 심사 엄격화를 공약에 포함시켰다.
자민당 간부는 외국인 규제에 대해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거액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기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도쿄에서 거주중인 한국인 여성은 닛케이에 “외국인 전체를 향한 편견이나 차별의 시선이 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역시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여성도 “거리 유세에서 외국인 규제를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외국인은 일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강제 송환을 간판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고 유럽에서도 반이민을 기치로 한 극우 정당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데 이 같은 흐름이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과 전문 지식과 기술을 지닌 외국인 수용 확대를 추진해왔다.
닛케이는 “외국인 인재 활용을 통해 노동 인구를 보완하고 성장을 지탱하려는 것” 이라며 “과도한 외국인 규제는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로 일본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아사히신문은“의회 내에서 참정당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향후 ‘애국 교육’의 명목으로 역사 왜곡이 이뤄지거나 외국인 배제를 위한 비합리적인 정책이 실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日, 외국인정책 총괄조직 신설...이시바 “일부 외국인 범죄 등에 국민 불안”
한편 일본 정부는 예고한대로 15일 총리 관저에서 외국인 관련 시책 담당 조직인 ‘외국인과의 질서 있는 공생사회 추진실’ 출범식을 열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출범식에서 “일부 외국인의 범죄와 민폐 행위, 각종 제도의 부적절한 이용 등으로 국민이 불안과 불공평을 느끼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범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한 엄격한 대응, 현재 정세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제도 재검토는 정부가 대처해야만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외국인 관련 출입국 체류 관리 개선, 사회보험료 등 미납 방지, 토지 취득을 포함한 국토의 적절한 이용·관리를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세금, 사회보험료, 의료비 체납 외국인의 체류 자격을 갱신할 때 관련 심사를 엄격히 할 방침이다.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외국인 정책 조직 신설과 참의원 선거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선거 대책이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외국인이 의료 서비스, 생활보호 제도 이용 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은 기자회견에서 “의료비에서 외국인이 점하는 비율은 높지 않고, 생활보호 수급에서 외국인을 우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