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개월만 2조 순매수…"상승 모멘텀ㆍ관세 리스크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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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2억원 순매수, 코스피 2700선 회복 견인
SK하이닉스·조선·방산주 ‘강세’…삼성전자 순매도 전환
정책 기대감+환율 수혜 등 모멘텀에도
트럼프 '법적 분쟁' 회피해 관세 부과 가능성

  • 등록 2025-05-30 오후 3:10:27

    수정 2025-05-30 오후 3:10:27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10개월 만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복귀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2700선 돌파를 이끌었다. 기관까지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증시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 국면이지만,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4월까지 9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오다 5월 들어 순매수로 돌아섰다. 29일까지 코스피 1조7774억원, 코스닥 2094억원 등 총 2조원 가까이 사들이며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미국이 주요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7월 초까지 유예하면서 무역전쟁 긴장이 완화했고, 원화 환율이 강세를 보이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최근 한 달 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4%가량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000660)(1조4796억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5224억원), 효성중공업(298040)(3915억원), 삼성중공업(010140)(2488억원), HD현대일렉트릭(267260)(2350억원), 현대로템(064350)(1776억원), HD현대미포(010620)(1621억원), LIG넥스원(079550)(1579억원) 등 조선·방산주·전력주가 대거 포진했다.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한 달 사이 1조3000억원 가까이 순매도 1위에 올랐다. 과거 외국인들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를 사들이며 증시에 들어오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SK하이닉스(000660)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감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다. 조선·방산주는 한미 간 협력 강화와 글로벌 방산 수주 확대 기대감이 반영됐다. 내수주 중에서는 식음료, 화장품 등도 주목받았다. 유틸리티, 증권, 필수소비재 지수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증권 업종은 성장하는 가치주로서 이익 모멘텀과 밸류에이션 모두에서 매력적”이라며 “원자력, 조선, 방산 등 산업재도 핵심 종목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원화 강세, 정책 기대감, 기업 실적 개선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출과 마이크론 실적 등에서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확충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증시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된다. 최근 미국 연방국제무역법원(CIT)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 부과를 무효로 판결했으나, 항소법원이 판결 효력을 일시 정지하며 관세 부과가 당분간 유지된다. 법적 다툼이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 집행이 최종 중단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률(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을 근거로 품목별 관세 부과 전략을 변경할 수 있다”며 “특히 자동차, 의약품,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개별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25% 상호관세 부과를 가정하면 자동차, 운송, 기계, IT가전 등은 이익이 10%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자금 유입, 정책 기대감, 기업 실적 모멘텀 등 ‘트리플 호재’가 당분간 우호적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리, 환율 등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 목적이 무역 감소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수출이 더 악화할 여지는 크지 않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수출 기업 주가가 동반 상승할 경우 지수 상방은 더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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