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중견기업의 자금 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보다 자금 사정이 좋아진 중견기업은 10곳 중 1곳에 그쳤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8일 발표한 ‘2025년 중견기업 금융 애로 조사’ 결과, 전년 대비 자금 사정이 나아진 중견기업은 10.9%로 나타났다. 응답 중견기업의 60.4%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고 28.7%는 오히려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답했다.
자금 사정 악화 요인으로는 ‘매출 부진(53%)’, ‘이자 비용 증가(14%)’, ‘인건비 증가(10.2%)’ 순으로 꼽혔다. 특히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중견기업의 33%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 하반기 유동성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견련 관계자는 “매출 감소를 자금 사정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한 기업이 지난해 4월 대비 21%포인트 증가했다”며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글로벌 환경 변화와 지속되는 내수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사정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중견기업의 16.7%는 ‘인건비 상승(43.2%)’, ‘원·부자재 가격 상승(34.4%)’, ‘설비투자 확대(29.6%)’ 등 요인으로 자금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2월 17일부터 2월 28일까지 중견기업 748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견기업의 자금 조달 경로는 시중은행(53.6%), 정책금융(11.6%), 직접금융(9.8%) 등 순으로 집계돼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의 불균형 배분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견기업들은 ‘엄격한 지원 요건(28.7%)’, ‘정책 자금 정보 부족(21.3%)’ 등으로 정책금융 접근에 제약이 크다고 응답했다. 제조 중견기업의 16.8%가 정책금융을 지원받고 있지만 비제조 중견기업은 7.7%뿐이었다. 매출 5000억 원 이상 기업도 24%가 정책금융 혜택을 받는 반면 매출 3000억 원 미만 8.9%에 그치는 등 업종·매출 규모별로도 정책금융 활용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을 활용하는 중견기업들은 ‘높은 금리(49.9%)’, ‘까다롭고 복잡한 심사(8.8%)’, ‘과도한 담보·보증 요구(8.0%)’ 등에 따른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중견기업은 9.8%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회사채 발행(63.0%)’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와 고용, 시장 진출 등 성장의 기반으로서 중견기업의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크다”며 “정책금융 문턱을 낮추고, 시중은행의 경직적인 운영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