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처리 속도 내던 與…관세 협상 다가오자 "내달 논의"

8 hours ago 4

온플법 처리 속도 내던 與..관세 협상 다가오자 "내달 논의"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에 대한 논의가 한미 통상 이슈를 이유로 미뤄졌다. 온플법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관세 협상 시한이 다가오자 법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열고 온플법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8월 이후로 논의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산회했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8월 1일이 상호관세 유예기한인데 지금 법안을 심사하면 (미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어 8월 중순부터 다시 논의해볼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이정문 민주당 의원도 이날 의사진행 발언에서 한·미 통상 문제를 이유로 논의를 미루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플법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독과점 플랫폼을 미리 '지배적 사업자'로 정하는 '사전 지정제'를 도입하고, 자사 우대나 끼워팔기 같은 불공정 행위를 신속 제재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사전 지정되는 대형 플랫폼 기업에는 대상으로 매출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도 강화된다.

미국 기업 중에는 구글과 애플 등이,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이 해당 사업자로 분류되게 된다. 또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일정 수준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도 법안 내용에 포함됐다. 앞서 지난 정부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온플법 통과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새 정부 들어 온플법 처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서영교·박주민·김남근·이강일·신장식·한창민 등 범여권 의원들은 지난 9일 '온라인 플랫폼법 패스트트랙 지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을 신속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병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온라인 갑질 방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라며 "지난 정부가 방치한 소수 대형 플랫폼기업의 일방적 약관 변경과 알고리즘 문제 등이 중소상인과 소비자에게 구조적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또 "온플법이 미국 입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일각에서 지적한다"면서도 "한국 입점 업체와 소비자가 당하는 플랫폼 갑질에 대해 누구를 먼저 생각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온플법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미국 하원의원 43명은 한국의 온플법이 미국 기업을 과도하게 역차별한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응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실 기류가 여당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통상 이슈 등을 이유로 온플법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민주당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막상 여당이 되고 관세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속도 조절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는 내달 다시 소위를 열고 온플법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관세 협상이 끝난 뒤 민주당이 온플법 처리에 다시 무게를 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