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A 주가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주가 급락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9~15일) 동안 서학개미 순매수 1위는 알파벳 클래스 A로, 9742만달러(1362억원)를 사들였다.
알파벳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알파벳은 연초 190달러선에서 간밤 163.96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올 들어 13.22% 하락했다.
알파벳은 올 1분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음에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회사인 구글이 온라인 검색시장 독점 문제로 반독점 관련 소송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미 법무부의 구글 반독점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에디 큐 애플 부사장이 “AI를 이용한 검색이 구글과 같은 기존 검색엔진 서비스를 대체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알파벳 주가가 7% 이상 급락 했다. 이날 하루 동안 서학개미들은 알파벳 주식 61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실적에서는 인공지능(AI)과 검색의 동반 성장을 강조해야 하지만, 재판을 위해서는 지배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AI가 아직 검색엔진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검색의 위기론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제기돼 왔으나 여전히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광고 매출을 보면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검색의 목적이 깊은 수준의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것보다 다른 웹사이트로의 이동이나 간단한 정보의 확인 등에 치중돼 있다고 볼 수 있으며 AI가 발전하더라도 이런 수요를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글의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파벳은 이번 실적에서 소송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으나 간접적인 관련 맥락은 언급했다”며 “가격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풍부하지만, 소송에 대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학개미 순매수 2위부터 5위까지는 모두 상장지수펀드(ETF)가 차지했다. 반도체 지수 하락을 3배 따 르는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배 ETF(SOXS)’가 6444만달러(900억원)로 2위에 올랐다.
3위는 미국의 만기 20년 이상 장기 국채들로 구성된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 불 3배 ETF(TMF)’로, 5990만달러(837억원) 순매수했다.
이어 미국 대표 배당 ETF인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 3490만달러(488억원), 장기채 ETF인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TLT)’ 2990만달러(418억원) 순으로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