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3 최종 예고편에 등장한 ‘황금 가면’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456번. ‘그분’이 부르셔.”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기훈’을 누군가가 부른다. 기훈은 검은색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있지만, 표정은 처량하다. 수염은 거칠게 자랐고, 눈빛은 텅 비었다. 하지만 기훈은 곧 굳은 결심을 한 듯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피로 얼룩진 손으로 구두끈을 고쳐 매고 천천히 ‘프런트맨’(이병헌)을 만나러 걸어가며 속삭인다.
“난 게임을 멈추려는 거야.”
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3은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이야기다. 2021년 9월 첫 공개 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에 오른 시즌1 이후 4년 9개월 만의 피날레다.
14일 공개된 시즌3 최종 예고편 등 사전 공개 영상 등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은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다룬다. 새로운 게임은 3개 이상 등장하고, 기훈과 프런트맨의 ‘최후의 결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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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길을 끄는 건 ‘살인 줄넘기 게임.’ 시즌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등장해 오징어 게임의 아이콘과도 같은 살인 기계 ‘영희’ 인형이 돌아왔다. 이번엔 영희 인형이 거대한 줄을 돌리고 참가자들이 줄을 뛰어넘는다. 참가자들은 줄에 걸리면 그대로 공중으로 튕겨 나간다. 영희 친구 ‘철수’ 인형도 등장한다는 게 이미 알려진 걸 감안하면, 영희와 철수가 양쪽에서 줄을 돌리고 참가자들이 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게임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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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술래잡기 게임’도 등장한다. 파란 별무늬 천장 아래, 방향을 잃은 참가자들이 떼를 지어 이리저리 방황하고 다툰다. 집단을 지어 서로를 쫓고 쫓기는 대결 구도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엔 다양한 한국의 옛 게임 규칙이 뒤섞여 있다. 시리즈 시즌 1∼3의 각본·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9일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파란색과 빨간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미로 같은 곳에서 술래잡기, 숨바꼭질, 경찰과 도둑 같은 게임 요소가 섞인 게임을 치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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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드러나지 않은 ‘마지막 게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예고편에선 마지막 게임에 대한 어떤 힌트도 없다. 황 감독도 “마지막에 숨겨진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고만 귀띔한 상황. 다만 예고편에서 기훈이 프런트맨과 만나러 가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두 사람이 최종 게임을 치르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참가자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대사들도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예고편에서 기훈은 “왜 나만 살려준 거냐”고 절규한다. 아들의 빚 때문에 게임에 들어온 ‘금자’(강애심)는 “선생님이 우리를 구하러 오셨다고 믿어요”, “세상은 참 불공평해요. 착한 사람은 늘 자기 탓을 하죠”라며 기훈을 응원한다.
참가자들을 관리하는 ‘핑크 병정’ 한 명이 상급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등장한다. 외부인이 병정으로 위장해 잠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해관계를 두고 병정들 사이가 틀어져 내부 분열이 일어난다는 의견도 나온다.
14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3 최종 예고편에 등장한 ‘황금 가면’의 모습. 목숨을 건 게임을 오락처럼 관람하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황금 가면’이 식사를 즐기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황금 가면은 돈을 내고, 참가자들의 게임을 관람하는 최상류층으로 시즌1에 등장했던 이들이다. 황금 가면의 정체가 드러날지, 기훈이 황금 가면과 마주할지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