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우경임]열 나는데 체온계 눈금만 고치는 수능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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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국가교육위원회는 203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서·논술형 도입과 절대평가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20년간 수능 개편의 역사를 보면 “학원 갈 필요가 없다”는 차정인 국교위원장의 발언은 딱히 놀랍지 않다. 수능 개편안의 내용은 모두 달랐지만 그 명분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이었기 때문이다.뜻대로 되지 않았다 역대 정부마다 객관식 정답 맞히기와 극심한 점수 경쟁을 탈피하면 입시에 종속된 고교 수업이 바뀔 것이라는 논리로 수능을 개편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학원에 갈 필요가 없고 사교육비도 줄어들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9등급제를 도입한 2008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수능의 흑역사로 불린다. 평가 도구로서 수능의 힘을 뺀다는 점에서 이번 절대평가 전환과 유사하다. 내신이 중요해져 고교 교실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수능의 변별력 상실로 수험생은 내신, 수능, 논술까지 모두 잘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히고 말았다. 입시 혼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해져 노무현 정부에 부담을 줄 정도였다. 시행 1년 만에 사실상 석차 점수가 부활했다.‘쉬운 수능’으로 학습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도 계속됐다. 2014학년도에는 국어·영어·수학에서 난이도를 달리한 A·B형 수준별 시험이 도입됐다. ‘쉬운 A형’을 도입해 학교 수업만으로 대입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면 ‘어려운 B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3년 뒤 수준별 시험은 폐지됐다. 2018학년도에는 사교육비 증가의 원흉으로 지목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이듬해 영어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었다. 난데없이 사교육 카르텔을 척결하겠다며 ‘킬러 문항’을 배제한 2024학년도에도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학년도에는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을 조합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문·이과 통합, 고교학점제 도입 등 고교 교육 변화에 수능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수업에 충실하기보다 응시자가 많고 표준점수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했다.효과 없는 공교육 치료제 수능 이처럼 수능은 망가진 공교육을 고치고 사교육을 물리칠 치료제로 줄곧 동원돼 왔다. 그런데 병이 낫기는커녕 부작용만 심했다. 경쟁력 잃은 교육 과정을 혁신하는 정공법 대신 평가 도구만 손을 대니 당연한 일이다. 고열이 나는 원인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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