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창덕]‘팬데믹 특수’에 취했던 펠로톤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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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논설위원 2020년 세계를 잠식한 팬데믹은 천재지변이었다. 특정 지역에만 치명상을 입히는 자연재해보다 경제적 피해는 오히려 더 컸다. 각국 국경이 닫혔고, 사람들의 외부 활동까지 제한됐다. 하지만 이런 변화 덕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여럿 있었다. 콘텐츠 구독 서비스 넷플릭스, 원격회의 플랫폼 줌 등이 대표적 수혜자다. 2012년 설립된 미국 홈트레이닝 서비스 기업 펠로톤도 그런 사례였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너도나도 펠로톤에서 고가의 실내 자전거를 구매하고, 피트니스 영상도 구독했다. 2019년 9월 나스닥에 상장할 때 29달러였던 이 회사 주가는 이듬해 12월 163달러까지 치솟았다. 갑작스러운 고객 폭증에 회사가 고무되는 건 당연했다. 펠로톤은 ‘분기 20% 성장’을 기준으로 경영계획을 다시 짰다. 사업 규모가 매년 두 배로 커질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도 속속 결정됐다.위기는 예고 없이 닥친다 펠로톤이 결정적으로 간과했던 게 있었다. 기회가 느닷없이 찾아왔던 것처럼 위기도 예고 없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갔고, 피트니스센터도 하나둘 다시 문을 열었다. 펠로톤이 누렸던 ‘깜짝 특수’는 엔데믹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반면 고속 성장을 전제로 늘려둔 고비용 구조는 그대로였다. 훗날 한 펠로톤 직원이 “(당시 경영계획은) 완전히 망상이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인기에 취한 사이 제품 혁신도 멈췄다. 존 폴리 창업자는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대규모 직원 구조조정도 피하지 못했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고점의 30분의 1도 안 되는 5달러대 초반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면서도 돌발 위기에 대비하는 회사와 낙관적 전망에 도취된 회사는 뚜렷이 구분된다. 둘의 차이는 시장 환경이 좋을 때는 잘 보이지 않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면 곧바로 수면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최근 한 대기업 총수가 “낙관주의는 결코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를 강조한 게 아닐까 싶다. ‘반도체 특수’는 또 하나의 시험대 국가 경영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실책의 대가는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안이함과 방만함은 주주와 직원들의 손해로 끝날 수 있지만, 정부의 잘못된 판단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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